SK·LG "책임경영 강화" 한목소리…최태원·구본준 체제 공고화
[뉴스핌=김연순 기자] SK그룹과 LG그룹의 핵심계열사들이 이달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수를 늘리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와 LG 모두 등기임원 확대와 관련해 "책임경영 강화" 일환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 구본준 LG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 강화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사진=SK, LG> |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은 각각 이달 18일 일제히 주주총회을 열고 신규 사내·외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우선 SK(주)는 주총을 통해 최태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기존 등기임원 6인(사외이사 4인) 체제에서 7인(사외이사 4인) 체제로 전환한다. 최 회장이 이번에 SK(주)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2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게 된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최 회장이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 SK㈜는 물론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날 주총을 통해 박정호 SK(주)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이에 따라 기존 8인(사외이사 5인) 등기임원 체제에서 9인(사외이사 5인) 체제로 전환한다.
SK(주)와 SK하이닉스 모두 등기임원(사내이사) 수가 1명 늘어났지만, 이사 보수한도(보수총액 내지 최고 한도액)은 각각 기존 180억원, 120억원을 유지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등기임원 수는 8인(사외이사 5인)으로 동일하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8인, 사외이사 6인)에서 사외이사 1명을 줄이고 사내이사 1명을 늘린다.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겸 SK수펙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에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박정호 대표이사와 유정준 대표이사는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SK의 이번 등기임원(사내이사) 확대는 최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로 해석된다.
LG전자도 이달 18일 주총을 열고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과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이는 지난해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조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사회 정원을 기존 7인(사외이사 4명)에서 9인(사외이사 5명)으로 늘린다. 사내이사가 2명 추가돼 4명이 되면서 사외이사 수와 같아지자 사외이사 1명을 새로 뽑고 정관을 개정했다. 이에 LG전자는 이사 보수한도(보수총액 내지 최고 한도액)를 기존 45억원에서 60억원으로 상향키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각자 대표체제 전환은 CEO 중심체제에서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관상 이사 최대 정원수를 7인에서 9인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 부회장(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결의했다. 이전 이사회 의장이었던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은 LG전자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 LG전자 이사회 의장 선임은 주총 안건으로 올릴 필요 없이 이사회에서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LG화학도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준 LG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등기임원 수는 그대로지만 구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구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할 경우 LG그룹의 양대 주력사업을 모두 관장하며 미래 신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핵심사업 지배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