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정책 공조 처음부터 불가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고삐 풀린 환율은 이번 주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다.
연초 위안화 평가절하가 몰고 온 혼란부터 최근 영국 파운드화 급락까지 글로벌 외환시장이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중국 인민은행(PBOC)의 역외 위안화 환율 방어와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단행까지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된 현안이 G20 회의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은 상황.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공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 트레이더의 시선은 차갑다. 1980년대의 ‘플라자 합의’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G20 재무장관 회의가 주요 현안들을 풀어내는 데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고, 최근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의문점 역시 이번 회의에서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는 지극히 드물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도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이달에만 약 7% 급등,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다 직접적인 환시 개입을 점치고 있다.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겨냥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행보는 환율 전쟁에 대한 경계감을 크게 자극했지만 이들의 의도와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환율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의 온라인 은행인 스위스쿼트의 피터 로젠스트리히 외환 전략가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과거 플라자 합의와 같은 원대한 솔루션이 이번 G20 회의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각국이 처한 상황이 공조를 이끌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서로 상이하다는 주장이다. 또 과도하게 평가절하 또는 절상된 통화를 가려내는 일부터 어떤 방향이든 정책자들이 합의를 이끌어낼 때 이에 따른 승자와 패자를 예측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앤서니 롤러 GAM 펀드 매니저는 이날 미국 투자 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문제는 각국 정책자들이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통화 평가절하를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회의장에서 환율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 뒤 불과 몇 주일 후에 개입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지양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칠 뿐 그 이상 어떤 결과를 내놓지는 못할 것으로 환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기대감 역시 저조하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G20 회의를 빌미로 매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터 레이첼트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G20 회의에서 크든 작든 뭔가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이번 G20 회의가 투자자들 사이에 실망감을 안겨줄 경우 시장 변동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