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서 효자 된 자사주...오너 지배지분 2배 가까이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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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샘표식품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련업계 이목이 쏠린다. 샘표식품이 보유한 막대한 자사주가 고스란히 오너인 박진선 샘표 사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샘표식품을 지주회사 샘표(존속회사)와 사업회사 샘표식품(분할 신설회사)으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샘표와 샘표식품이 각각 0.4860164대 0.5139836으로 오는 7월 1일 분할을 예정하고 있다.
이번 분할이 마무리되면 샘표식품이 양포식품, 조치원식품, 샘표ISP 등을 자회사로 두던 구조에서 최상위 지배회사인 샘표가 이들 계열사와 샘표식품을 자회사에 추가하는 구조가 된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샘표그룹은 총 4개사(국내)에서 5개사로 증가한다.
주목할 점은 왜 샘표식품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샘표식품 관계자는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시각도 적지 않다. 통상 지주사 전환은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주목받는 부분이다. 기존 샘표식품의 단순한 지배구조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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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 역할이다.때문에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박진선 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샘표식품처럼 인적분할 후 지주사로 전환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샘표식품의 자사주는 30.38%에 달한다. 최대주주 지분이 박 사장과 친인척을 포함해도 30.02%에 불과한 것을 볼 때, 샘표식품은 최대주주 지배지분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는 기형적 구조인 셈이다.
샘표식품이 이런 자사주를 보유한 것은 지난 2012년 진행한 공개매수 때문이다. 당시 샘표식품은 6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인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 ‘마르스1호’가 철수를 결정하자 공개매수를 실시하면서 자사주를 늘렸다.
샘표식품이 샘표와 샘표식품으로 분할하게 되면 지주사 샘표는 보유한 자사주만큼의 분할회사 샘표식품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분할이 이뤄진 만큼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닌 자회사의 지분이 되는 원리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동시에 지배력 강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현재 박 사장의 일가의 지분은 총 30.02%로 분할 이후에는 지주사 샘표와 분할 샘표식품에 동수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샘표가 자사주를 통해 받는 샘표식품의 지분 30.38%를 더하면 총 60.40%의 지배력을 확보한다.
여기에 박 사장이 샘표식품의 지분을 샘표의 자사주와 스왑(주식교환)하게 된다면 박 사장 일가의 지주사에 대한 지분은 두 배 가까이 상승한다. 이는 샘표식품의 주가가 높을수록, 지주사 주가가 낮을수록 박 사장에게 보다 유리해진다.
박 사장 입장에서는 샘표에 한푼의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사주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두 배 가까이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계륵과도 같은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된 사례는 많다. 삼성그룹, SK그룹, 한솔그룹 등도 지주사 전환시에 이런 방법을 이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자사주를 통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인적분할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주주에게 배분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샘표식품 관계자는 “분할 이후 지주회사 전환 지분 구조, 주식 교환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샘표는 지주회사 설립과 함께 계열사인 양포식품의 지분을 40%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분할 직후 지주사 샘표의 양포식품 지분은 29.0%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 요건으로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도록 규정돼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