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스타트업] CJ E&M 출신 MCN 선구자, 1년새 157억원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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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수호 기자] 가족끼리 옹기종기 거실에 모여 앉아 TV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그런 가정이 적지 않지만, 가족들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관심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풍경이 더 흔해졌다.
특히, 1인 가구의 급증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방송사가 TV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를 넘어서서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로 채널을 만들고 스타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해외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1인 방송인들의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39)는 CJ E&M 사업 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MCN 개념을 사업적으로 완성시킨 인물로 통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MCN을 국내에 들여온 선구자인 셈이다. 이후 그는 지난해 1월, CJ를 떠나 MCN 기업을 창업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져헌터 본사에서 뉴스핌과 만난 송 대표는 "제가 CJ E&M에서 근무할 때 MCN 개념을 국내에 가지고 들어와 선구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장을 키워 하나의 업계를 꾸리고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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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사진 = 트레져헌터> |
◆ SKT-4:33 등 IT 자본 유치 성공.."MCN의 매력, 비전을 봤다"
지난해 1월 설립된 트레져헌터는 이제 1년이 갓 지난 스타트업이다. 직원도 수십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최근 들어 MCN 분야가 각광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이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송 대표에게 눈길이 쏠렸다.
이에 트레져헌터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에게 50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이 제공하는 '핫질'과 '옥수수'등에 트레져헌터의 콘텐츠가 공급된다. 이외에도 모바일 게임사 4:33을 비롯한 3개 벤처캐피탈사로부터 67억원,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억원을 유치하며 사업모델을 인정받았다. 이들 모두 트레져헌터를 중심으로 한 MCN 생태계에 비전을 본 것이다.
트레져헌터가 진행하는 MCN사업은 쉽게 말해 1인 방송인(크리에이터)을 키워내고 콘텐츠를 개발해 이를 플랫폼사에 공급하는 역할이다. 여기에 붙는 광고 수익도 방송인과 플랫폼사와 함께 나눠 갖는다. 현재 소속팀은 총 97개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를 통해 스타 BJ로 이름을 날린 '양띵', '김이브', '악어' 등이 대표적인 전속 계약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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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호 기자> |
트레져헌터는 이같은 스타급 방송인을 통해 게임방송을 하거나 먹방, 뷰티 등 시청자들의 취미와 밀접한 콘텐츠를 개발해 방송한다. 여기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촬영법 등 노하우 등도 체계적으로 관리해 육성한다.
송 대표는 "1인 방송인들이 홀로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육성되며 발굴하는 시스템이다"라며 "스토리텔링도 중요하고 장비나 인프라 등 초기 투자 자금이 많이 드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실제 트레져헌터가 지난해 유치한 157억원의 자금 대부분이 이 같은 인프라 작업에 소요됐다. 현재 트레져헌터는 서울 강남 본사외에도 수원에도 별도의 스튜디오를 마련해 현지 방송인들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향후에는 국내외까지 스튜디오를 확장해 재능있는 현지 방송인들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아직 회사가 갓 걸음마를 뗀 상황이고 국내외 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최근에 MCN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볼륨이 작고 시장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짜는 없다" MCN 가치 올려야..IPO·협회 참여도 시동
인터뷰 내내 송 대표는 MCN 시장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CJ E&M과 트레져헌터, 메이크어스 등 대형 MCN 콘텐츠 공급사들의 매출을 합치면 약 100억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과도한 시설투자비로 인해 영업이익을 남기는 회사가 많지 않다.
또 대부분의 방송인들이 유튜브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몇몇 인기 방송인을 제외하곤 수익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MCN 탄생 자체가 유튜브였고, 아직은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유튜브를 넘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각되고 있는 포털과 이동통신사 모두, MCN 기반의 동영상 트래픽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상파 방송처럼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짜로 취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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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호 기자> |
송 대표는 "홈쇼핑이 처음 커질때도 하루 종일 3개 팔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라며 "그런 시장이 10년이 지나니까 수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MCN도 마찬가지로 제 값을 인정 받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 대형 플랫폼사의 영향력이 커, 광고나 수익 관련 협상이 활발하지 않다"라며 "협회가 조직이되면 그런 부분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송 대표와 더불어 그의 친정이자 업계 리딩 기업인 CJ E&M을 필두로 MCN 협회를 발족하고 올해부터 협회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에 나선다. 포털과 이통사 등 플랫폼사들과의 콘텐츠 공급 협상, 상생 모델, 수익 공유, 막말 방송에 관한 자정작용 등 다양한 사업 전략을 경쟁사들이 함께 모여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더불어 MCN 산업의 표준화를 만들어 업계가 함께 성장하는 목표를 내걸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시장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IPO(기업공개)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송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늘 IPO는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올해 눈에 띄는 실적을 만들어 주주들에게도 엑시트의 기회를 제공하고 회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MCN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송 대표는 "MCN는 단순한 1인 미디어를 넘어서서 음원이나, 방송, 언론, 기획사 등 유관 사업을 모두할 수 있는 분야"라며 "BM이 다양하고 성장 가능성이 워낙 높아 초창기 몇년간은 관심과 함께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