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약·시장성 부족 등으로 국내 출시 힘들어
[뉴스핌=이성웅 기자] 현대자동차 i20, 기아자동차 씨드 등 유럽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사협약부터 국내 시장성 등 여러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2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현지전략차종은 전체 25만5600대가 팔렸다. 각각 ▲i10 8만7000대 ▲i20 9만2000대 ▲씨드 7만6000대 규모이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유럽 판매량이 85만대임을 고려하면 이들 소형차가 30%를 차지한 것이다.
유럽을 주름잡는 인기 모델이지만 국내 판매는 어렵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 제 42조에는 '해외생산 차종의 해당국가 이외 국가로의 수출로 인하여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즉, 현재 해외현지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량을 국내에 들여올 결우 국내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역수입'을 원하면 노사공동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치백 차량이 외면받는 국내 시장의 특성도 한 몫하고 있다. i10, i20와 같은 해치백 모델이 유럽에선 인기있는 반면, 지난해 국산 브랜드 해치백 판매량은 8409대에 불과했다. 전체 내수 판매량의 0.5% 수준이다. 시장성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비단 노사 문제뿐 아니라 국내 시장 상황도 고려대상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두 형제기업 간 영역구분이 전략차종의 국내 판매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단적으로, 현재 현대차의 라인업에는 경차가 빠져있다. 대신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가 국내 경차 시장에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모닝, 레이는 지난해 전체 국내브랜드 경차 판매량의 66%인 11만대가 팔렸다. 만일 i10과 같은 현대차 해외 전략 경차를 국내 출시한다면, 기존 기아차의 점유율을 깎아낼 가능성이 크다. 판매 모델이 겹치는데다 경쟁도 그만큼 심화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소형 크레타도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다. 국내 SUV 시장에서는 쌍용차의 티볼리와 르노삼성의 QM3가 장악 중이다. 게다가 기아차가 소형 SUV 니로 출시를 앞둔 만큼, 현대차가 크레타를 국내에서 판매할 명분이 약해지게 됐다. 다만, 향후 현대·기아차 전략상 소형 SUV에 대한 국내 수요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출시 가능성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 협약도 해외 생산분을 들여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지만, 국내 출시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략차종은 현지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국내 예상 수요가 적거나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면 판매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노사협약이라는 내부 요인과 시장성이라는 외부 여건 탓에 해외 전략 모델을 국내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i10·i20, 기아차 씨드, 현대차 크레타 <사진=현대차그룹> |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