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사우디 입김…35달러 위, 45~50달러 이하에서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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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고려해도 수년 내에 50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에 OPEC의 감산 기대감에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가 12% 급등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분석이다.
◆ "국제유가, 2~3년간 45~50달러 밑돌 것"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14일 블룸버그가 조사한 국제유가 관련 전문가 예상치가 너무 낙관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블룸버그 조사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브렌트유가 올해 3분기에 배럴당 42달러, 4분기에 4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어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49달러, 52달러까지 각각 올라 내년 중순이면 배럴당 50달러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CS는 OPEC의 감산 영향을 고려해도 앞으로 2~3년간 국제유가가 50달러 선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먼저 역사적으로 국제유가 약세장은 지속 기간이 평균 19.5년이었는데, 현재 약세장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라고 봐도 지속 기간이 7.6년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또한 장기 평균으로 봐도 현재 유가가 45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61년 이후 기준 유가의 장기 평균치는 33달러이며, 1960년 이후 기준으로는 45달러에 그쳤다.
올 봄부터 셰일업체들의 자금 조달에 기준이 되는 '차입 기준'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유가에 단기 리스크다. 차입 기준은 은행들이 석유업체들이 보유한 원유의 가치를 책정해 이들 업체에 얼마의 자금을 대출할지 결정한 것이다.
CS의 에너지 분석팀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미 작년 가을에 미국 에너지 업체들에 대한 차입 기준을 25% 축소했다. 은행들이 이번 봄에 차입 기준을 다시 조정할 경우 이들 업체들은 앞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이 같은 기회를 활용, 미국 셰일업체들이 수익성에 지장이 생길 만큼 원유 선물 가격이 떨어지게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 셰일 업체들의 손익 분기점은 브렌트유 선물 3년물 가격 기준 배럴당 40달러로, 현재의 44달러에서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산유량 감축에 합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이 증가했다는 점 ▲원유 재고가 여전히 많다는 점 등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 장기 국제유가, 하향 안정화 예상
다만 CS는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 회원국의 여유 생산 능력(spare capacity)이 일일 150만배럴로 10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 우선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앞으로는 원유 공급이 급감해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유가 하락폭을 비교해도 유가가 바닥에 가까웠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과거 약세장 당시 브렌트유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이 평균 77% 하락했다. 2008년 7월부터 현재까지 유가는 79% 하락해, 약세장의 지속 기간이 짧았으나 낙폭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급 요건을 봤을 때도 유가 반등에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원유 수요는 작년에 하루 160만배럴 증가하면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사우디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 유가는 조만간 35달러 선에서 지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는 현재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로 급증했고, 올해에는 이 비율이 1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사우디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7%에 그치고 있어 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강력한 자금력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다고 CS는 진단했다. 즉 사우디는 OPEC 비회원국에 대항해 원유시장 점유율을 안정화 시키면서도 자국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가 반등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CS는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당분간 35달러 이상, 45~50달러 이하 수준에 맞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