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결단' 정부 배상책임 없어…입주기업 피해 불가피
[뉴스핌=정경환 김나래 한태희 기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관련해 정부가 법 테두리 안에서의 보상 의사를 내비쳤다. 정치적 결단에 따른 피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판례의 태도상 입주기업들의 온전한 손실 보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정부합동대책반에 따르면,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입주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실사 결과에 따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상할 방침이다.
정부대책반의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속하고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하면서도 "기업들 손실에 대해서는 (통일부의) 실사 결과에 따라 법 테두리 내에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이번 가동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 보상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법원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배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0년 천안함 사태 후 우리정부가 개성공단 신규투자를 제한한 5·24 대북제재조치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피해를 봤을 당시에도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으로, 정부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금전적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 금액은 투자 금액만 1조200억원 가량되고, 협력업체들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비상총회를 열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손실 보전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정기섭 비대위원장은 이날 "실질적인 보상이란 자료와 구체적인 근거에 입각해 기업 손실을 파악하고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고 부족할 경우에는 자구 차원에서 최후 수단으로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판례를 감안, 적법한 행위로 인한 손실 보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피해액 집계는 실사를 바탕으로 해야 하므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지금 피해액이 1조5000억이니 2조니 하는 건 성급한 것 같다"며 "피해 기업들이 원래부터가 영세하고, 한계기업들이라고 하는 기업들이라 충분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방안은 원칙만 정해진 상태일 뿐, 논의 단계"라며 "피해액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과거처럼 몇 달 후 가동이 재개될 가능성 등 상황도 유동적이라 아직 말할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관련해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면담에서 "개성공단 문제로 피해를 본 기업들을 위해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김나래 한태희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