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R의 경고' 언급한 기업 33% 증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달러화 강세와 전세계 금융시장의 급등락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타격이 예상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 경기까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통신> |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과정에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에게 경기 침체 우려를 내비친 기업 CEO가 9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이른바 'R(Recession, 침체)'의 경고를 언급한 경영자들이 늘어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인해 금융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0.7%로 잠정 집계, 3분기 2.0%에서 크게 후퇴한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국의 성장이 꺾일 것이라는 경계감이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기 전망에 대한 CEO들의 비관적인 시각은 투자 및 고용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어 이번 데이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와 별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자본 투자를 감축하거나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기업의 수가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 시즌에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기업 대표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탄탄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문제는 국제 유가 급락과 저유가의 장기화에 따라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감원 및 투자 감축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고, 이에 따른 충격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중국을 진원지로 한 금융시장의 혼란 역시 성장률을 깎아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리처드 페어뱅크 캐피탈 원 파이낸셜 최고경영자는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기를 강타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 움직임은 물론이고 경기 향방 역시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 말 현재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데이비드 제빈스키 커비 최고경영자는 “소비 경제는 여전히 순항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며 “하지만 에너지 섹터는 불황으로 접어들었고, 제조업과 산업재 전반에 걸쳐 침체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하강 기류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스탠리 블랙 앤 데커의 돈 앨런 최고재무책임자는 “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감원과 투자 및 지출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야후가 직원 15%의 감원을 단행하기로 하는 등 주요 기업들의 인력 감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1월 고용 지표는 일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