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골프전문기자]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한 송영한(신한금융그룹)이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스타덤에 오르기에 싱가포르 오픈 우승만으로는 좀 부족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스피스를 제물로 만들며 프로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야기 구성 요건을 갖춘 것이다.
송영한 <사진=신한금융그룹> |
그래서 그의 골프스토리를 시작해 보려 한다.
사실 그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신인왕에 올랐다. 단 1승도 못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세계랭킹도 204위인 그가 1위를 꺾었다는 것도 쇼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는 세계랭킹 113위로 뛰어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27위), 김경태(66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다.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 가능성까지 생겼다.
◆ 5살 때 처음 골프채 잡아
그가 처음 골프를 접한 것은 5살 무렵이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부대 내 골프연습장에서 장난삼아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의 어머니 유옥녀(56)씨는 “부대 관사 내에서 다섯 살배기 아이가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았다. 아빠 따라서 골프 연습장에도 가곤 했는데 아무래도 좀 위험한 것 같아 장난감 채를 사줬더니 잘 가지고 놀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골프가 아닌 축구에 빠졌다. 여느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공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유소년 축구교실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축구도 배웠다.
그러나 그가 좋아하는 친구들, 축구와도 금방 헤어지게 된다.
어머니 유씨는 “애 아빠가 군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사가 잦은 편이었다. 영한이가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대전으로 이사를 했고 서울로 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며 “대전으로 이사를 한 무렵이 영한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당시 낯선 환경에서 애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같이 골프연습장에 가 엄마 채로 몇 번 스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프를 하기 전까지 그의 성격은 활발하면서 산만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집중력이 높아졌고 침착함을 갖게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골프에 푹 빠져 살았다. 계룡대 골프연습장에서 연습만 했다. 하지만 작은 키가 늘 고민이었다고 어머니 유씨는 털어놨다.
“연습타석에 1.5리터 우유가 놓여 있으면 영한이가 연습하는 자리라고 주변에서 할 정도로 우유를 많이 먹였다. (노)승열이 아버지가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키가 큰다고 해서 철봉에 종일 매달려 있기도 했다”고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아버지(168cm)와 어머니(155cm)에 비해 그는 179cm 까지 성장했다.
◆ ‘짤순이’로 고민
학창시절 또 하나의 고민은 드라이버샷 거리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노승열(나이키), 김우현 등과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된 그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샷 거리를 조금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연습하다가 허리에 이상이 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어머니 유씨는 “영한이의 허리를 낫게 하기 위해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였다. 그 때 애가 슬럼프가 온 것 같다. 많이 힘들어 했다”고 했다.
이후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박영민 교수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골프를 전쟁처럼 생각하던 그에게 숨을 고르는 여유와 심리적 안정을 처음 안겨줬다.
이후 또래 친구들이 하나 둘씩 프로로 전향할 때 그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론티어 투어의 문을 두드린다. KPGA 프론티어 투어는 3부투어로 KPGA가 주관하는 투어 중 가장 하단에 있는 투어.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그는 KPGA 프론티어 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송영한 <사진=뉴스핌DB> |
◆2013년 KPGA투어 데뷔
2013년 KPGA 코리안투어 데뷔한 그는 그 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3라운드까지 2위와 4타 차 선두로 나서며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날 2오버파를 쳐 당시 아마추어로 출전한 이창우(CJ오쇼핑)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이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강호들을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한 그는 복병 김도훈(27)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5m 버디 퍼트를 실패해 또 다시 우승을 목전에서 놓쳤다.
2014년 매일유업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그친 그는 JGTO서도 지난 해까지 준우승만 3번 기록했다. 2015년 일본투어 ‘던롭 스릭슨 후쿠시마오픈’ 때처럼 3라운드까지 선두에 있다가 최종일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멘탈이 문제였다.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안겨준 SMBC 싱가포르오픈을 TV 중계방송으로 지켜본 그의 어머니 유씨는 “표정이 달랐다. 예전에 불안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고 했다. “영한이가 이번에 우승 못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했는데 우승해서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 우승한 뒤 전화 통화에서 이를 너무 꽉 물고 쳐서 경기 끝난 뒤에 입이 아프다고 하더라” 며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의 어머니 유씨는 이어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주위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이다. 또한 신한금융그룹과 2년 재계약 하면서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것도 컸다”며 공을 돌렸다.
레오팰리스21 미얀마 오픈출전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곧바로 미얀마로 이동한 그는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다만 조급함이 없어지고 조금 편한 마음이 든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며 “현재 KPGA 코리안투어가 많이 위축됐는데 첫 우승도 한 만큼 우리나라 골프의 활성화를 위해 되도록 국내대회도 많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우승을 해 여러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다”고 올 시즌 각오를 전했다.
그는 재능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이고 팬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아버지의 가르침인 ‘바르게 살아라’ 를 항상 생각하며 먼저 인사하는 습관도 몸에 배어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