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성장 및 무역흐름 '암울' 시사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최근 발틱건화물지수(Baltic Dry Index, BDI)가 국제유가만큼 드라마틱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올해 글로벌 성장 및 무역흐름이 암울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질리언 테트(Gillian Tett)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기반 변화를 보려면 유가보다는 BDI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DI는 발틱 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해운운임지수로,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배 유형별 벌크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되며 해운 및 조선업의 업황 변화는 물론 세계경기 상황도 알려주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지난 몇 주 동안 하락세를 지속한 BDI는 이번 주 4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집계가 시작된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여름 지수가 1000을 가볍게 웃돌았고 2010년에는 4000선 부근에 머물렀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발틱건화물지수(Baltic Dry Index, BDI)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 |
테트 칼럼니스트는 BDI, 즉 해운운임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 및 무역 패턴이 초창기 호황기 시절, 또는 서방국과 이머징 경제 금융업계 예상보다 훨씬 더 암울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글로벌 물류업계는 저금리, 서방국 사모펀드 유입, 글로벌 무역 확장세 지속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건화물 선박량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직전까지 10년 동안 글로벌 교역은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보다 높은 연 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끝없이 지속될 것만 같던 경기 확장 분위기는 이제 반전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무역 성장세가 최근 몇 년 동안 3%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앞으로 둔화세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적했듯 각국 정부가 다자무역 협정을 신속히 추진하지 못한 점도 문제지만 서방국 기업들의 신규 역외 공급망 개설 열기가 예전만 못한 점도 무역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머징 저성장과 환율 변동, 상품가격 하락세, 재고 급증 등이 더 복합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글로벌 물류 업계 손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BDI 지수 순환(cycle) 상 변동이 불가피한 만큼 현재의 하락세는 일시적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테트 칼럼니스트는 중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지 않는 한 BDI는 계속해서 신저점을 경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세계 경제 흐름을 논하기 위해 다음 주 다보스에 모일 글로벌 지도부는 이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