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동산, 운송 경기까지 강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가 폭락에 따른 파장이 석유업계는 물론이고 부동산과 철도산업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된 데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실물경기의 충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원유 생산 현장 <출처=AP/뉴시스> |
14일(현지시각)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2014년 6월 이후 유가 폭락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업체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 보류가 68건, 4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역시 배럴당 30달러 선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석유 업계의 유동성 문제와 디폴트 리스크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드 맥킨지는 이번 보고서에서 “석유 업체들의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프로젝트가 연이어 보류 또는 철회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유가에 따른 충격이 실물경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12월 미국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11월 낙폭인 0.5%에 비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12월 미국 수출 물가 역시 전월에 비해 1.1%, 전년 동기에 비해 6.5% 하락했다. 경기 둔화로 해외 수요가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유가 하락이 물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와 정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2% 달성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는 데 따른 인플레이션 동반 하락이 걱정거리”라며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위축된다면 이는 더욱 우려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충격은 이미 가시화된 일이지만 최근 상황은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압류는 9년래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등 석유 산업이 집중된 지역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해 노스 다코타의 주택 압류가 387% 급증했고, 오클라호마 역시 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석유 업체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어 최근에는 운송 업계 역시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달러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철도 운임 침체가 닥쳤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다우존스 운송 지수는 올들어 무려 10.5%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철도 운송업의 최근 동향이 미국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니콜라스 콜라스 컨버젝스 전략가는 “운송 섹터가 명백하게 경기 적신호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