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영화 ‘그날의 분위기’ 여주인공 문채원은 상대역으로 유연석(32)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당연하다. 그가 유연석을 만난 곳은 영화 ‘늑대소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속이 전부였으니까. 이 작품만 본다면 유연석은 호감은커녕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할 남자였다.
반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4’나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유연석을 알게된 관객이라면 또 다른 이유에서 그의 출연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유연석의 이미지는 여자에게 입에 발린 작업(?) 멘트는 건넬 수 없는, 따뜻하고 곧은 순정남일 테니까.
하지만 이 남자, 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너무도 완벽한(?) 바람둥이가 돼 돌아왔다. 유연석은 14일 개봉을 앞둔 신작 ‘그날의 분위기’에서 작업 성공 100%, 찍은 여자는 무조건 넘어오는 마성의 매력남 재현을 열연했다.
“낯설긴 했어요. 악역, 혹은 짝사랑하는 캐릭터만 하다가 처음으로 들이대는 캐릭터를 했잖아요. 하지만 익숙해지니까 재밌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캐릭터적, 연기적인 부분을 고민하긴 했죠. 그리고 때로는 제 안에 재현과 비슷한 부분을 찾아서 녹이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나오는 능청스러운 모습 같은 거죠.”
솔직히 유연석이 맡은 재현 캐릭터는 말이 좋아 ‘맹공남’(맹렬히 공격하는 남자)이지, 천하의 바람둥이다. 어디 그뿐이랴. KTX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하는 말이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아무리 유연석이라도 자칫 잘못하면 여성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다.
“후반부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고 극장을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 모습이 담보된다면 앞에 얼마든지 까불어도 될 거라 여겼죠. 무엇보다 초반부 모습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작품에 재미를 주잖아요. 그래서 내 캐릭터가 비호감이 안되려고 연기적 수위를 조절하진 않았죠. 그러면 영화 전체 완성도가 떨어지니까요.”
유연석은 단순 자신의 캐릭터가 아닌 영화 전체를 보고 있었다. 애정이었다. 비단 이때뿐만 아니라 영화에 관해 말하는 유연석의 대답 곳곳에, 그리고 영화 홍보에 임하는 유연석의 태도 곳곳에 ‘그날의 분위기’를 향한 각별한 마음이 묻어났다.
“역할도 리드하는 캐릭터였고 실제로 (문)채원이 보다 선배라 끌어가는 입장이었죠. 물론 하나하나 호흡하고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감독님과 데스크 작업도 했고 의견도 많이 공유했죠. 아이디어도 냈고요. 정말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유독 더 애착이 가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좋겠죠.”
영화를 향한 애정은 그의 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유연석은 영화 홍보 외에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에 한창이다. 인터뷰 일정도 공연이 없는 쉬는 날을 조율해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떠나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몸은 피곤하죠. 근데 뮤지컬은 제가 쉴 수 있는 시간에 하고 싶다고, 제가 하겠다고 한 거예요. 무대라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재밌고 배우는 것도 많죠. 그래서 공연 무대는 앞으로도 좀 꾸준히 서고 싶어요. 그리고 뮤지컬뿐만 아니라 매번 작품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 작업이 끝나면 결국 좋은 기억으로 남으니까 행복해요.”
물론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해서 심신이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는 2월14일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이 끝나면 유연석은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여행으로 몸과 마음을 힐링한 후에는 지난해 10월 촬영을 끝낸 영화 ‘해어화’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해어화’에서는 또 다른 모습일 거예요. 아마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해요. 그리고 그다음 작품은 미정이고요. 사실 올해 목표는 초조해 하지 말자는 거예요. 모든 면에서 여유를 갖고 살고 싶죠. 항상 바삐 지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가지려고 하거든요. 물론 쉽지는 않죠.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그렇고 준비할 때도 그렇고 몸은 바삐 움직이되 그 안에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꼭 그런 한 해를 보낼 거고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