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득실부터 대응까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둘러싸고 주요국 정책자들이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과감하게 떨어뜨리는 것은 명백한 환율전쟁이라는 비난부터 수출 경쟁력 향상보다 자본 유출로 인해 결국 잃는 것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각국의 대응도 상이하다. 중국과 보폭을 맞춰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행보와 수출시장에서 일정 부분 타격을 입더라도 맞대응을 지양하겠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중국발 충격이 글로벌 증시를 흔들어 놓자 멕시코는 곧바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연쇄적인 환율전쟁에 불을 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이 이미 수년째 날을 세우는 가운데 같은 목소리를 낸 셈. 비데가라이 장관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 환율전쟁 가능성은 단순한 예측이나 우려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신흥국 정책자들은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가뜩이나 상품 수요 둔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도 “중국이 수출 경기 활성화에 혈안이 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신흥국의 해석은 다소 상이하다. 당장은 중국 인민은행(PBOC)의 행보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상 중국이 지는 게임이라는 판단이다.
위안화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중국이 얻는 것보다 국내외 자본 유출로 인해 입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다.
자본 이탈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됐고, 역외시장에서 위안화의 가파른 하락을 차단하기 위해 인민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탕진한 상태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기대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하락 폭이 적정 수준에서 제한돼야 하지만 중국 정책자들은 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재무부의 한 정책자는 “위안화를 앞으로 더욱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가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맹렬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측도 느긋한 표정이다. 위안화 절하가 유럽의 수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각 정부의 셈법은 다르지만 인민은행이 앞으로 10~15%의 적극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일부 외신을 통해 전해진 만큼 안이하게 대처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실물경기 타격을 입었고, ANZ 리서치는 최근 상황을 ‘아시아 무역 침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아시아 신흥국은 중국을 겨냥한 통화가치 절하에 신중한 움직임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최근 성명을 통해 “루피화 평가절하는 순수입국인 인도에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큰 조치”이라며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타격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중앙은행 역시 통화 평가절하에 따른 영향은 수출 경쟁력이라는 단면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성장률까지 포괄적으로 따져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