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흔들' 전세계 금융시장에 던지는 경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새해 벽두부터 중국을 필두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은 위안화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2%에 불과한 중국 위안화가 말 그대로 파괴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증시의 7% 폭락과 연이은 거래 중단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과 유가 하락까지 패닉의 발단은 위안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7일(현지시각)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또 한 차례 글로벌 금융시장을 삼켰다.
지난해 8월 예기치 않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강펀치를 날렸던 인민은행은 최근 8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인민은행 7일 고시한 달러/위안 환율은 6.5646위안.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패닉에 빠졌다. 5000만건에 이르는 헤지펀드의 역외 위안화 거래 포지션이 커다란 손실 리스크에 노출됐고, 중국 증시는 개장 후 29분만에 거래를 중단해 25년래 최단기 거래 기록을 세웠다.
사실 인민은행의 결정은 예기치 못했던 일이 아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미 인민은행의 행보를 예상하고 위안화 전력 매도에 나섰다.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의 등락은 상하 2%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역외시장에서는 상한선과 하한선 없이 자유롭게 거래된다.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에 대한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홍콩 역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앞다퉈 ‘팔자’에 나섰고, 이에 따라 환율은 7일 장중 6.7618위안까지 오르며 위안화 가치를 5년래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거래가 매도 일방향을 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내외 위안화 환율 스프레드는 2.5%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시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는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이다. 인민은행을 포함한 중국 정책자들이 사실상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의견과 더 나아가 서비스와 민간 소비 중심의 경제 구조 개혁이 계획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쓰나미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경제가 둔화, 자본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위안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고,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신디아 웅 소시에테 제네랄 트레이더는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잘라 말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전략가 역시 “중국의 위안화 환율 고시는 정책 가이드와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이 때문에 중국 금융당국과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엘윈 드 그루트 라보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책자들이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위안화부터 주식, 상품까지 투자자들의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한 야부스 SEB 그룹 전략가는 “시장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의 역내외 스프레드 확대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경고음인 동시에 잠재된 리스크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래리 맥도날드 소시에테 제네랄 매크로 전략 헤드는 “지난 8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스프레드 확대는 중국과 미국 증시의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 베론 스트레테가스 기술적 분석가는 “역외시장의 위안화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친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