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61명 퇴사, 핵심 임원도 포함
[뉴스핌=이진성 기자] 광동제약의 핵심인력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존 사업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력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도미노 퇴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에서 최성원 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옮겨지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6일 제약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2년간 61명의 임직원들이 퇴사했다. 전체직원 890여명 가운데 6~7%수준이 퇴사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는 최 회장 재임시절 핵심인력으로 평가되던 임원들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식품개발부의 박철수 전무다. 박 전무는 2000년 초반 최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옥수수수염차 개발을 도맡은 인물이다. 옥수수수염차는 지난 2006년 출시 이후 매년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차음료로는 최초로 누계 판매 7억병을 돌파했다. 이를 계기로 광동제약은 헛개차와 벌꿀차, 보리차, 녹차 등 음료 품목을 확대해왔다.
앞서 지난해 7월에 퇴직한 광동제약의 제품 생산을 총괄한 조상언 전무도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조 전무는 지난 2011년 동아제약에서 생산본부장을 지내다 광동제약 생산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음료사업이 탄력을 받자 최 회장이 생산라인을 확대를 위해 데려온 인물이다. 조 전무이사는 최 회장이 설립한 가산문화재단의 행사를 도맡아 온 인물이기도 하다. 가산문화재단은 최 회장이 지난 2007년 장학 및 학술지원사업을 목적으로 직접 설립한 재단이다.
이같이 최 회장의 측근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뭘까. 제약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사업 전략이 최 회장과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제약업 틀안에서 한방제제를 활용한 식음료에 집중했다면, 최 부회장은 아이템 구분없이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품목을 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동제약은 최 회장의 타계 직후 기존의 품목과는 다른 삼다수 판권을 따왔다. 당시 연 매출 3000억원 수준인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매가 더해지면서 연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최근에는 사무용품과 공구 등 공동구매를 주관하는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하는 등 물류분야에까지 진출했다. 코리아이플랫폼의 연 매출은 5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광동제약은 이같은 품목확대로 연 매출 1조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식음료 분야 매출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옥수수수염차의 매출액은 496억원으로 지난 2012년(532억 원) 대비 36억원 가량 줄었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옥수수수염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지난해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삼다수 판권 연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상대적으로 관련 부서 임직원들의 위치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삼다수를 공급하는 제주개발공사는 광동제약과 판권계약이 만료되는 2017년 이후부터는 자체적으로 유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실상 광동제약의 핵심 부서가 바뀌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광동제약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회사 내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면서 "최근 사업방향의 무게가 빠르게 다른 방향으로 쏠리면서 신 사업과 다소 연결성이 없는 개발부분 임직원들이 떠날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퇴사는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다"면서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