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에 이어 버즈피드까지..네이버·카카오 밥그릇 뺏길까
[뉴스핌=이수호 기자·이수경 기자] 미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버즈피드(BuzzFeed)가 내년 초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인 '스낵컬쳐' 시장을 잡으려는 국내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버즈피드의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제기한다. 버즈피드가 국내에 자리잡은 플랫폼 업체들과 손을 잡고 동반 성장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 흥미 위주의 콘텐츠 배포..韓 시장에 통할까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버즈피드(BuzzFeed)가 국내 진출 시기를 내년 초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초 자사 홈페이지에 한국에서 활동할 정규직 소셜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릴 때만 하더라도 한국 진출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버즈피드 편집자 벤 스미스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와 미디어 산업에 정통한 에디터를 고용한 뒤 서울에 사무실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진출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버즈피드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면서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선점해나갔다. 초창기에는 인터넷의 바이럴 효과를 연구하는데 그쳤지만 2012년부터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전면 배치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플랫폼 업체로 거듭났다.
특히 기존의 배너 광고에서 탈피, 사용자 참여와 콘텐츠 공유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실제 버즈피드 웹사이트의 한 달 평균 방문자 수는 2억명에 이른다. 기존 콘텐츠와 유사한 배치와 개인의 관심사에 최적화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광고 효과를 배가시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사진 = 버즈피드> |
내년 국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버즈피드는 특정 사업자와 제휴하지 않고 독자 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공급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지난 7월에는 카카오와 손을 잡고 다음 TV팟 등을 통해 버즈피드 콘텐츠를 공급해왔으나 구독자가 1000여명에 그치며 사실상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버즈피드가 카카오와 손을 잡고 시장에 등장했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 연예와 생활 콘텐츠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본사를 포함해 전세계 10곳에 사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사의 콘텐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사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버즈피드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특징"이라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국내에 이미 자리를 잡은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를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IT 공룡들의 연이은 韓 진출..네이버·카카오 안방 지킬까
버즈피드가 한국어가 최적화된 서비스에 나서면 국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옐로모바일 등 국내 내수 사업자들과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된다.
특히 페이스북이 댓글서비스 강화, 맞춤형 영상 등을 통해 광고 플랫폼으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뉴스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국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실제 버즈피드는 북미시장에서 페이스북과 더불어 뉴스 서비스 업체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버즈피드가 맞춤형 스낵 콘텐츠를 기반으로 대규모 마케팅에 나서면 모바일 콘텐츠 시장 확대에 나선 국내 업체들은 거대한 경쟁자와 마주하게 된다.
<사진=CJ E&M> |
올해 네이버는 '웹예능', '72초 TV'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웹예능 '신서유기'의 경우 총 누적 재생수가 5200만건에 달하는 등 사용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네이버는 2016년부터 3년간 웹오리지널 콘텐츠의 새로운 장르를 발굴하는 실험에 100억원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스낵 컬쳐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 9일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인 '1boon'을 정식 오픈했다. 일러스트, 캘리그라피,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콘텐츠를 모바일 화면에서 최적화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관심 분야의 콘텐츠나 최근 인기 콘텐츠, 매체별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방식은 버즈피드의 콘텐츠 공급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포털양강 모두, 버즈피드와 콘텐츠와 큰 차별점이 없는 만큼 모바일 사용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스낵컬쳐 시장을 이끌어 온 옐로모바일의 피키캐스트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모으는 큐레이션 방식이 버즈피드와 동일해 성장세에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콘텐츠의 물량 자체가 비교가 어려운 만큼, 국내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업체들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 확대에 적잖은 공을 세웠고 이미 국내 시장에 맞는 트렌디한 콘텐츠를 집중 생산해 온 만큼, 글로벌 업체들과 공존하며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