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경영권 포기설 또 불거져..산은ㆍ현대는 "정해진 바 없어"
[뉴스핌=김신정 기자] 정부가 해운을 비롯한 산업계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 매각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9일 한 매체는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을 넘기고,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증권과 현대아산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매입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즉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포기하는 대신,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만 지킨다는 내용이다.
<사진설명: 현대그룹> |
이에 대해 산업은행과 현대그룹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 불발 이후 현대그룹의 자구안 대책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상선 매각 등의 세부내용 협의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그룹도 공식입장을 통해 "현대상선 포기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적이 없으며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산업은행과 현대그룹의 계속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포기설 또는 업계간 합병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말 3.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뒤 현대로지스틱스,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문, 컨테이너선을 매각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실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유동성 자금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이 부실이 심한 현대상선을 포기할 것이라는 매각설과 글로벌 해운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 주도하에 업계 1위인 한진해운과 강제 합병시킬 것이라는 설이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달 28일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지만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서도 "합병관련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정부는 해운업을 포함해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 개편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선박 공급 과잉으로 해운업 불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도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불발 이후 현대그룹과 다양한 방안이 포함된 자구책 마련을 위한 대책회의를 현재 진행중이다.
업계에선, 현대그룹이 결국 자구책으로 현대상선 경영권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비교적 우량한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을 지키는 대신 업황 개선이 보이지 않는 현대상선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도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매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치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이 매물로 나왔을 경우 바로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채도 많은 현대상선을 분리해 매각한다한들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사갈 수 있겠느냐며 현대상선은 기존 법정관리에 들어가 조기졸업후 새로운 주인을 만난 팬오션, 대한해운과는 달리 몸집도 크고 산업은행에서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현대그룹에 자구책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그룹과 산업은행 모두 현대상선 매각은 쉬운 결정이 아니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