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과잉 공급에 수요 급감 맞물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철강 수요가 우려할 만큼 급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철강 수요가 말 그대로 증발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관련 원자재 생산국의 통화 가치와 경제 펀더멘털에 강한 타격이 예상된다.
영국 주택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철강 <출처=블룸버그통신> |
중국부터 영국까지 주요 철강국이 수요 급감에 커다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톤 당 400달러에서 170달러까지 폭락한 데 이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철강 수요가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었고, 추세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철강공업협회의 주 지민 부회장은 “중국의 철강 수요가 전례 없는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크게 꺾이자 관련 업체들은 가격을 공격적으로 깎아 내리는 실정이라고 그는 전했다.
앞서 영국 의회 역시 철강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를 소집하고, 글로벌 전반에 걸친 수요 감소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영국 철강업계의 고용 규모는 3만4500명으로 집계됐다.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관련 업체들이 최근 수개월 사이 연이어 감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철강 산업이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위축됐지만 최근 상황은 구조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미칠 만큼 악화됐다는 것이 영국 의회의 진단이다.
하지만 전세계에 걸쳐 공급 과잉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 가파른 수요 감소가 맞물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영국 의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2014년 사이 전세계 철강 생산은 거의 두 배 급증했다.
올들어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RBS의 알베르토 갈로 매크로 신용 리서치 헤드는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단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데다 생산을 대폭 줄이다가는 대량 감원에 사회적 소요까지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악화, 일부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국영 철강 업체인 중강그룹은 지난주 20억위안 규모의 채무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강그룹의 잠재적인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고, 소비 중심의 경제 체제 개혁 과정에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 같은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