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지분 합치면 20%대 육박..더욱 굳건해진 김택진
[뉴스핌=이수호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3년만에 최대주주로 복귀했다. 미국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를 위해 넥슨에게 내어준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은 셈이다.
23일 엔씨소프트는 최대주주가 기존 넥슨에서 김택진 대표 외 9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5% 가운데 2%를 매수하면서 전체 지분의 11.98%를 확보했다. 이어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배재현 부사장 등 계열사 임원 9인의 지분을 합해 총 12.19%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11.76%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자리를 잡았고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백기사를 자처한 넷마블게임즈가 8.93%를 보유하며 3대 주주로 자리했다.
다만 넥슨이 매각한 나머지 지분 13% 매수주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시 의무 기준인 5% 이상 매수자가 없었던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이 잔여 지분을 나눠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싱가포르 자본인 테마섹과 중국 IT 업체 텐센트 등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제공 = 엔씨소프트> |
특히 후보 투자자로 거론되는 텐센트는 카카오와 넷마블, 4:33 등 국내 주요 IT 업체들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더불어 엔씨소프트-넷마블 지분 제휴 당시, 엔씨소프트의 향후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 역시 리니지이터널, MXM 출시 등 대형 호재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김 대표는 보다 굳건해진 경영권을 바탕으로 기존 엔씨소프트의 DNA인 개발력 강화에 중점을 둔 행보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당장 이달 말 길드워2 확장팩을 시작으로 연기됐던 게임들의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지스타를 통해 슈팅액션게임 'MXM'과 '리니지이터널' 등의 출시 시점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스스로가 블록딜 지분을 일부 매수했기 때문에 책임경영이라는 명분과 함께 향후 경영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뒤 늦은 모바일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보단,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가져가면서 넷마블과의 IP 협업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씨소프트의 기존 최대주주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16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중이던 엔씨소프트 주식 14.68%(321만8091주) 전량을 처분했다. 주당 매각가는 18만3000원으로 결정됐으며 총 매각대금은 5889억원이다.
앞서 넥슨은 2012년 6월 엔씨소프트와 함께 미국 게임사 EA를 인수하기 위해 엔씨소프트 지분 14%를 주당 25만원, 총 804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EA 인수 실패 후, 양사의 불협화음이 이어졌고, 지난해 말부터 김택진 대표와 경영권 분쟁 사태가 불거지면서 3년 4개월만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