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오름세 부문에서 7개월만에 수도권만 남고 지방이 빠진 이유에 대해 “지방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는 오후에 (실무자가)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오후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이와 관련해 “지방 주택매매가격의 경우 전월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봤다. 수도권과 대전 상승폭이 올라 강조하기 위해 지방 언급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런 판단을 했다면 그간 한은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의 기조상 ‘지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명기했어야 옳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방 부동산 경기가 꺾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다 좀더 나가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와 한은의 부동산 띄우기가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 부동산으로 띄우고자 했던 경기 ‘꺾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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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한국은행> |
이는 지난해 4월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오름세가 소폭 확대되었다’고 표기된 이래 7개월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직후 “항후 금리 방향성은 인상”이라고 언급했던 근거였으리라 추정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과 올 2~3월 잠시 문구 변화가 있었지만 올 4월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되었다’로 표기된 후 5월부터는 마지막부문이 ‘이어졌다’로 변경돼 9월까지 이어졌다.
통방문구상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 부동산가격 상승은 사실상 금리인상 시그널로 작용해왔었다.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통방문을 보면 주택매매와 전세가격이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 내지는 상승 움직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1월과 3월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다.
이밖에도 ‘심리’에 대한 통방 문구는 최근 몇 달사이 ‘개선’과 ‘위축’을 오갔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그야말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통방의 시그널링 기능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
◆ 세계를 흔든 연준의 인내심(patient)..통방에도 ‘당분간’ 등이 있었다
올초 미 연준(Fed)은 ‘인내심(patient)’ 문구 하나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이 문구가 지속될지 삭제될지에 따라 연준 금리인상 시기를 추정해볼 수 있는 시그널로 봤기 때문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갈 것임” - 2010년 4월 통화정책방향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해 나갈 것이다.” - 2010년 5월 통화정책방향
한은도 연준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금융시장을 들었다놨다 한때가 있었다. 일례로 2010년 5월12일 금통위 당일날이 대표적 예다. 당시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통방에 ‘당분간’이라는 문구가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오전 10시쯤 돌며 국채선물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이날 ‘당분간’이라는 문구가 통방 종합판단에서 빠졌고 2개월후인 그해 7월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이후 국내총생산갭(GDP갭)이 오랜 기간 통방에서 기준금리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로 쓰여왔다.
한은 사람들은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큰칼이라고 표현한다. 또 기준금리의 방향도 항공모함과 같아 서서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 금리결정이 그런 금리결정을 보여주는 통방문구가 가벼워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통방 의결문은 금통위가 의결하는 의결사항이기도 하다. 무게감과 함께 애초 밝혔던 정책 시그널링을 되찾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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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당일 3년 국채선물 차트. 통방문구에서 '당분간' 문구가 삭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오전 10시경 돌며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료제공 = 삼성선물> |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