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업무용차 비용처리·가격별 과세 등
[뉴스핌=김기락 기자] 수입차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수입차 보험료 인상 등 최근 추진되는 정책이 수입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여나 불똥이 튈까봐 정책에 대해선 일절 함구,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입차 보험료 인상 계획 등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차량 가격에 따른 과세와 업무용차에 대한 비용 처리 방안도 본격 논의되는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살얼음판 수입차 분위기…法준수 여부·사회공헌 적극 검토
이 같은 정책이 일제히 추진되자, 수입차 업계는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수입차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면서 “내년 판매 및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 법준수 여부와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거침없이 성장했지만, 최근 진행되는 정책에 대한 긴장도와 한국 사회를 위한 기여가 낮다는 자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9월까지 국내 판매된 수입차는 17만91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했다. 올해 첫 20만대 돌파가 예상됐으나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수입차 보험료 인상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손해보험협회는 평균 수리비의 120%를 넘는 고가차량에 대해 ‘특별할증요율’을 신설·부과해 자기차량손해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차량 가격이 약 7000만원 이상인 경우, 수리비가 평균 수리비의 최고 150%로 보고, 보험료의 15%를 특별할증요율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동안 국산차와 수입차의 보험료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병석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 운전자는 보험사에 7조2398억원의 보험료를 내고 수리비 등으로 4조2723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반면, 수입차 운전자는 9241억원을 내고 1조1334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국산차 운전자가 수입차 운전자의 보험료를 채운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차 수리비로 인한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이 지적돼왔는데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쏘나타와 BMW 520d, 자동차세 비슷..업무용차 비용 처리 제한 급물살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을 엔진 배기량에서 ‘차량 가격’으로 바꾸는 방안도 수입차 업계에선 반가울리 없다. 여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종합적으로 고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승용차(비영업용) 과세표준은 엔진 배기량으로,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600cc 이하는 140원, 1600cc 초과는 200원이다. 자동차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도 붙는다.
예를 들어, 현대차 쏘나타 2.0 스마트(1999㏄)와 BMW 520d(1995㏄)는 차량 가격이 각각 2498만원과 633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나지만, 교육세를 포함한 연간 자동차세는 약 52만원으로 비슷하다. 관련 업계는 경차 등 국산차의 자동차세는 낮아지고, 수입차는 다소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무용차의 비용 처리 제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가의 수입차 10대 가운데 9대 비율이 업무용 차로 판매되면서 세금 탈루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면 개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 결과, 지난해 대당 2억원이 넘는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87.4%(1183대)에 달했다. 1만4979대가 팔린 1억원 이상 수입차도 83.2%(1만2458대)가 업무용 차량이었다. 이는 국내 대표적인 법인 차량인 현대차 에쿠스(77.2%), 기아차 K9(62.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단적으로, 지난해 5대 판매된 롤스로이스 팬텀은 모두 구매자가 법인이었고, 롤스로이스 고스트(4억1000만원), 벤틀리 뮬산(4억7000만원),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S(2억8750만원) 등 구매자도 모두 법인이었다. 지난해 업무용 차량을 구매한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누린 연간 세금 혜택만 4930억원으로 조사됐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7월부터 3000만~4000만원을 한도로 경비 산입을 제한하는 소득·법인세법 개정 법률을 잇달아 발의하는 등 업무용차의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