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저놈의 납득이 소리 아마 죽을 때까지 들을 거야.” 지난 2013년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미숙이 읊조린 말이다. 배우 조정석(35)에게 ‘납득이’(영화 ‘건축학개론’) 후광에 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에는 이미숙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리고 배우 생활 내내 그는 ‘납득이’로 불릴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3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납득이’라는 꼬리표를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더니 이 남자, 올여름 여심을 제대로 흔들었다. 그날 이후 대중은 그를 강셰프(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셰프의 후광은 여기까지일 듯하다. 조정석이 영화 ‘특종:량첸살인기’(특종)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 기자의 일생일대 특종이 오보로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조정석은 우연한 제보로 특종을 터트린 기자 허무혁을 연기했다.
“노덕 감독님 전작을 좋아하고 한재림 감독님이 제작해서 믿음이 갔어요. 게다가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죠. 대본 리딩하고 이미숙 선배도 ‘이렇게 재밌는 건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어요. 참여 안할 수가 없었죠. 부담이요? 사실 언론시사회 때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어깨가 무거웠는데 이제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웃음). 흥행은 하늘의 몫이잖아요.”
시나리오에 향한 조정석의 말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실제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는 물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당시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영화 곳곳에 깔린 언론인을 향한 노덕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 때문이었다. 물론 노덕 감독은 특정 직업군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을 디스하는 영화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저는 접근을 그렇게 안 해서 아예 몰랐어요. 언론시사회 때 질문을 듣고 알아챘죠. 전 그냥 허무혁이란 인물에게 이런 상황이 닥치는 게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기자도 만나진 않았거든요. 기자라는 직업군이 중요했다면 만났겠죠. 하지만 일반인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거로 생각했죠. 그런데도 굳이 리포팅 연습을 한 이유는 기자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어서였고요.”
영화에 대한 평가와 달리 조정석을 향한 평가는 만장일치다. 그야말로 극찬 세례. 사실상 ‘특종’은 조정석의 원톱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미숙, 김의성, 배성우,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그의 뒤를 받쳐주지만, 전체적으로 조정석이 중심이 돼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놀라운 건 조정석이 무리 없이 러닝타임을 메우는 데 있다.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분 좋죠. 잘한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니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웃음). 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영화니까 유독 그런 칭찬이 더 좋아요. 물론 흥행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훌륭했다는 이야기만큼 배우에게 좋은 말이 어디 있겠어요? 아마 앞으로 배우생활 하면서도 큰 힘이 될 듯해요.”
글로 다 풀어 적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내내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도전’이라는 답으로 귀결되는 그 마인드가 꽤 멋져 보였다. 앞서 ‘특종’ 기자간담회에서도 원톱 부담을 묻는 말에 “부담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었다”고 말하던 그였다.
“원래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라 그래요. 도전하고 모험하는 걸 피하고 싶지 않아요. 안되면 또 다음에 잘하면 되죠 뭐. 사실 외모에서 풍기는 유약함이 있어서 성격이 그렇지 않으면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렇기도 하고(웃음). 또 상대를 되게 세밀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여성스럽죠. 이 사람 저 사람 챙겨주다가 나 혼자 스트레스받는 성격이거든요.”
자연스레 연애할 때도 세심한 스타일이냐는 질문을 덧붙였다. 가수 거미 언급과 함께. 사실 조정석과 인터뷰를 하면서 거미(조정석과 거미는 지난 2월 2년째 열애 중임을 인정, 공개 열애 중이다)에 관해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예상했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짓던 조정석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성격이 그러니까 연인에게도 그러겠죠?(웃음). 사실 (연애에 대해 질문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근데 정말 연애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요. 진짜 너무 힘들어요. 왜냐면 정말 100가지 이야기를 해도 이걸 말하면 여기에 집중 조명이 되니까 이야기를 잘 못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잘 만나고 있습니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