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의 고준희 <사진=MBC 그녀는 예뻤다> |
한없이 착하고 정의로운 주인공과 이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라이벌의 관계는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차용되기에 식상하기 그지 없다. '신데렐라'같은 여주인공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브도 달라졌다. 단지 주인공을 방해만 하는 '민폐 캐릭'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 고준희·차예련 '전형적 악녀' 탈피, 미니시리즈·장르물서 두각
지난 5일 첫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차예련이 맡은 역할도 독특하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강일주는 타고난 외모에 뛰어난 두뇌까지 가진데다가, 아버지의 권력으로 날개를 단 정치권의 신데렐라다. 거의 최초로 시도되는 지적인 여자 국회의원이자 대권까지 넘보는 여성 캐릭터로 자연히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여자 서브 주인공 캐릭터의 다양화는 특히 평일 밤 10시대 주력으로 편성되는 미니시리즈와 장르물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종영한 SBS '미세스캅'은 워킹맘의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도 악의 축인 범인을 좇는 수사물로, 이 드라마의 '서브 여주' 이다희 역시 기존의 '민폐 악녀' 역할이 아닌 매력적인 여형사로 독립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화려한 유혹'의 차예련 <사진=MBC> |
다만, 아무리 기존의 틀을 벗어난다고 해도 갈등이 필요한 드라마의 전개상 서브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 어쩔 수 없이 고정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녀는 예뻤다'의 경우 바로 이 딜레마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없이 연애에 대해 쿨하고 혜진만을 위한 우정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 같던 하리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 '혹시나 해도 역시나'라는 탄식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연 '민폐 캐릭'을 동원하지 않고도 시청자들의 공감 속에 여자들의 우정을 보여줄 수 있는 역대급 캐릭터가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 일일·주말극, 여전한 막장 악녀 득세…시청률로 직결되는 악녀 인기? '딜레마'
아침드라마를 비롯한 일일극, 주말극에서는 여전히 '막장 중 막장' 악녀 캐릭터가 빠지지 않는다. SBS '돌아온 황금복'의 이엘리야나,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 김민경,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의 박세영 등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여자 주인공을 모함하고, 위기로 내모는 등 뻔뻔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실상 이런 전형적 악녀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일극의 경우 매일 방송되는 만큼 지루한 스토리라인에는 자극적인 사건과 설정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대부분 서부 여주인공 역할에게 지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 경우 악녀의 연기력과 인기에 드라마 자체의 화제성과 인기가 견인되는 경우도 많다.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 '이브의 사랑'의 김민경, '돌아온 황금복' 이엘리야 (위쪽부터) <사진=MBC, SBS 방송 화면 캡처> |
'서브녀'는 어느 드라마에나 등장하지만, 그 역할의 차별화에 시청자들이 반색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상대적으로 트렌디한 젊은 층이 시청하는 미니시리즈부터 변화가 시작된 만큼 색다른 드라마의 등장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주변 인물과 독립된 캐릭터는 그 자체로 매력과 인기를 얻을 수 있고 극 자체를 풍성하게 한다. 등장 인물 모두가 각자의 매력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탄탄한 드라마는 결국 어떤 면에서도 '윈윈'의 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