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부문 성장동력 될까…뚜렷한 성과 내야
[뉴스핌=함지현 기자] "직원들 옷차림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아 기획하게 됐습니다. 갤럭시, 로가디스 등 삼성물산의 전문성과 다년간의 노하우를 활용해 직종에 맞는 완벽한 비즈니스맨을 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 22일 '젠틀맨 컴퍼니 프로젝트'라는 신개념의 기업 패션 컨설팅 서비스를 발표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젠틀맨 컴퍼니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패션업계는 깜짝 놀랐다. 패션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해 준다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가 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종의 실험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업계 최초 B2B(Business to Business) 마케팅의 서막을 올린 순간이다.
그동안 패션업계의 B2B 마케팅이라는 것은 일종의 단체복 정도를 수주해 납품하던 게 고작이다. 젠틀맨 컴퍼니 프로젝트는 이런 개념부터 완전히 갈아엎은 것.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장이나 온라인 영업을 주로 해오던 업계의 관행을 깨고 B2B 영업전략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 이형석 기자 |
최근 들어 패션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고 있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복장'이라는 말은 이미 상용화됐을 정도다. 자동차 세일즈 담당자는 신뢰감을 주는 옷을, 경호전문 회사원은 활동성이 좋은 옷을 입는 것이 본인도, 보는 사람도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비슷한 정장과 넥타이, 혹은 단순하고 편안한 복장을 입고 출근을 한다. 일부 패션·광고업계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의상만 보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모습은 패션 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BOF)'가 뽑은 '패션계 영향력 있는 500인'에 선정되기도 한 이 사장에게 새로운 도전의식을 불러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략적인 옷차림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패션을 통한 기업의 이미지를 컨설팅해주고 직원들에게 슈트와 비즈니스캐주얼 착장법을 교육·코디해 주는 서비스다.
단순히 옷만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 업종과 기업 문화, 개인의 체형 및 피부색, 담당 업무 등에 따라 다양한 패션 코디법을 제안하고, 비즈니스를 위한 옷입는 방법과 매너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누구나 영화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던 해리(콜린 퍼스 분)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거쳐 '신사'로 거듭난 '에그시'(태론 에거튼 역)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이밖에도 다양한 시도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미래먹거리를 찾고 있다.
특히 제품의 혁신에도 나서고 있는데 삼성의 강점인 IT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보유한 다양한 패션브랜드를 결합한 웨어러블 플랫폼 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가가전박람회(IFA)에서 웨어러블 플랫폼 브랜드 '더휴먼핏'을 공개했다.
주로 IT기업들이 참여하는 전시회에 패션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참석해 선보인 '더휴먼핏'은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를 적용한 플랫폼 패션 브랜드다. 향후 IT 기능을 접목한 의류제품은 물론 액세서리, 어플리케이션, IT 주변기기 등까지 적용 폭을 넓혀갈 예정이다.
현재 NFC(근거리무선통신) 태그를 손목 부위의 스마트 버튼에 내장해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슈트와 스마트폰 충전 가방인 온백, 셔츠에 심전도(ECG)와 근전도(EMG) 센서가 내장돼 심박과 호흡을 추적할 수 있는 바디 콤파스 등이 공개된 상태다.
이 사장은 장기적으로 저성장에 빠져있는 패션사업의 판로 개척을 위한 중국 진출도 이뤄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 중국 시장에 진출 예정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에 대해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마켓 티몰에 최초의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쥐화수안 플랫폼을 통한 판매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를 비롯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위축된 국내 소비가 살아난다고 해도 국내에서만 패션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에잇세컨즈의 경우 론칭 첫해인 2012년 매출이 600억원, 2013년 1300억원 지난해 1500억원으로 점차 성장해왔지만 올해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아직 손익분기점도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4~5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문을 닫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여기에 비춰보면 에잇세컨드가 계속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향후 1~2년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가 중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해 다시 국내매출의 증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만큼 대대적인 오프라인 매장 진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은 온라인을 통해 먼저 제품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이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통합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 나름대로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 국면"이라며 "이 사장은 패션부분이 전공인 만큼 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본인의 입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생각보다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창의적인 접근을 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지금이 패션업계에서는 판매를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 브랜드별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사장 혼자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과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