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샤인 러브’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조은지(왼쪽)와 오정세 <사진=인벤트 디> |
[뉴스핌=장주연 기자] 길호(오정세)는 매일 만화책과 무협지에 빠져 살지만, 공무원 꿈만큼은 버리지 못한 만년 노량진 지킴이다. 매일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우연히 대학시절 자신을 짝사랑했던 후배이자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정숙(조은지)을 만난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술과 함께 추억에 젖어 폭풍 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자연스레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시험도, 취업도 연거푸 실패하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길호에 정숙의 짜증과 잔소리는 늘어만 간다.
영화 ‘션샤인 러브’는 ‘칠포 세대’, 그러니까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고 암담한 건 아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비루한 현실에 판타지적 요소를 입혔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길호가 쓴 판타지 소설 ‘나는 공무원이다’를 1970~1980년대 영화로 재현시킨 장면이다. ‘은하철도 999’와 연관된 스토리도 그렇다. 조은성 감독은 그렇게 과장된 대사와 상황에 자신 만의 B급 정서를 녹였다.
물론 B급 정서를 꺼리는 관객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독이다. 대신 그들에게는 관전 포인트로 두 배우 오정세와 조은지의 열연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간 스크린 밖에서 친분을 이어온 두 사람은 안정적인 연기와 편안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무리 없이 이끌어 나간다.
덧붙이자면 결말은 식상하지만, 그만큼 꽤 명확하다. 영화는 오정세를 통해 여러 차례 말한다. 아무리 현실이 남루해도 소신껏 살자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만큼은 포기하지 말자고.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