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기업' 궤도 진입…재매각 혹은 독자생존 시나리오 거론
[뉴스핌=김연순 기자] 동부그룹의 애물단지였던 동부하이텍이 올해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추정한 수치로 실적 호조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동부그룹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올해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17%에 이를 전망이다.
동부그룹 고위관계자는 "하반기에 가동율이 더 올라가고 있어 동부하이텍 내부에서도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아날로그 및 혼성 신호 반도체에 특화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로 스마트폰용 전력반도체와 이미지센서, 터치스크린 칩 등을 생산하고 있다. 2개의 팹에서 월 9만6000장의 200㎜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로는 매출액 기준 세계 9위다.
동부하이텍 공장의 가동율 상승 배경은 중국발 호황 때문이다. 중국 및 대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울트라고화질(UHD) TV 제조사들이 동부하이텍으로부터 공급받는 칩 물량을 늘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같은 동부하이텍의 실적 호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관수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74.5%였던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에 88.7%로 상승했다"면서 "200mm 웨이퍼 파운드리 캐파의 수급을 고려하면 가동률이 이보다 더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수익성이 높은 아날로스 반도체 비중이 증가하면서 제품 믹스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실적 개선은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2분기 공장 평균가동률이 85%를 넘었다. 2014년 70%대에서 15%포인트 가량 오른 것이다. 올해 3분기 공장 평균가동률은 9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애널리스트는 동부하이텍의 올해 연간 매출액 614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8% 급증한 10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순이익은 장기차입금 이자율 조정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보다 높은 1127억원을 예상했다.
앞서 동부하이텍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1994년 그룹 내 반도체 사업 준비팀을 세우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애착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그룹 내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012년 영업손실 156억원, 2013년 96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 2013년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고강도 자구계획의 하나로 동부하이텍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968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달성했다.
한편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초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국내 업체 아이에이가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중국 펀딩에 실패하면서 매각이 무산됐고 올해 초에도 중국 SMIC업체가 매각 주관사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매각은 불발로 끝난 바 있다. 이후 매각공고를 냈지만 어느 업체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동부하이텍의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경우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추진하거나 동부하이텍 독자생존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