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조한선(34)이 오랜만에 신작 ‘함정’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2010년 개봉한 ‘무적자’가 마지막이니 무려 5년 만이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함정’은 SNS 범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릴러다. 5년 차 부부 준식과 소연이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절한 식당 주인 성철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조한선은 소연과 함께 섬마을 식당을 찾는 준식 역을 맡았다. 준식은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과거 유산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이다.
“센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었어요. 임팩트 있게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없는데 아예 손을 놓을 수 없는 캐릭터였죠. 그래서 심리적 묘사가 힘들었어요. 너무 과해도, 적어도 안 되는 중간 수치를 만들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죠.”
그의 말처럼 워낙 감정선을 잡기도 힘든 데다 오랜만에 돌아온 작품인 만큼 그는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권형진 감독과 밤새 의견을 교환하는 것쯤이야 기본. 짧은 기간에 혹독한 다이어트도 병행했다.
“캐릭터가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니까요. 물론 몸이 좋은 분도 계시겠지만 (마)동석이 형과 대비도 돼야 했죠. 촬영하다가 빈혈도 몇 번 왔어요. 찍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잘 못 먹는 상황에서 해야 하니까. 거기다 가지고 가야 하는 심리 묘사 때문에 좀 예민했죠.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촬영하니까 한번 액션하면 너무 어지러워서 핑핑 돌더라고요.”
다이어트로 몸은 이미 지친 상태. 하지만 체력 소모가 심한 고된 촬영은 계속됐다. 비를 맞으며 산기슭을 헤맸고 마동석과 격투신(이라기에 일방적으로 조한선이 많이 당하지만)을 펼치는 과정에서는 몇 번이고 땅으로 꼬꾸라졌다. 어디 그뿐이랴. 지안과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골키퍼를 해봐서 떨어지는 거야 안 다치게 잘했죠(웃음). 반면 베드신 같은 경우엔 촬영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긴장감, 심리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감독님께 할 거면 기존과 다르게 가자고 했고요. '공사'를 하면 촬영에 제약이 많으니까 특수 부위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모도 나올 수밖에 없었죠. 수위가 높아도 리얼한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은 확실히 배우로서 박수를 받을 일이다. 하지만 집에서야 상황이 다르다. 더군다나 조한선은 배우이기 이전에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 아닌가. 강도 높은 베드신을 향한 아내의 반응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들어갈 때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베드신이 있다고 했더니 ‘일인데 무슨 상관이야’라더라고요. 오히려 그것보다 촬영하면서 제가 많이 예민해져서 걱정했죠. 중간에 집에 이틀 정도 갔을 때도 아이 목마에 태워주다가 뒤로 쓰러졌거든요. 몸도 신경도 예민해져 있다 보니(웃음). 또 제가 집에서 뭘 잘 안 먹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해준다고 아내가 많이 고생했어요.”
이어진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조한선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과거 청춘스타였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편안함이 얼굴에서 묻어났다. 자연스레 그의 연기관이 변한 이유도 결혼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군대를 이유로 꼽았다. 조한선은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작품을 고르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연기가 아니라 일을 했어요. 그런데 공익근무요원을 하면서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시청자 시각에서 TV를 보니 관객, 시청자를 먼저 생각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파헤치게 됐고요. 물론 그 시절로 하여금 대중에게 많이 잊히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고 연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죠.”
어쨌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조한선은 지금도 더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달릴 수 있게 됐다. 그런 그가 선택한 차기작은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 고등학교 동창 세 사람이 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당나귀 짱아를 데리고 20여 일간의 도보 버스킹 여행을 떠나는 음악 로드무비다.
“‘함정’이랑 상반된 캐릭터에요. 10년 무명 배우로 나오는데 굉장히 상황이나 처지가 저랑 비슷해서 잘 맞았죠. 스스로 공감이 많이 돼서 선택했고요. 이건 관객이 받아들이기 쉬운 영화예요. ‘함정’에서 준식은 벗어버리고 제대로 호균이란 역할로 제대로 했어요. 물론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지만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