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터'와 '케그나', '체사피크'와 '엑손모빌' '선코에너지' 등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27일 오전 10시 37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디어 산업에 대한 우려는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넷플릭스와 훌루와 같은 OTT(over-the-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신문이나 방송을 보는 소비자의 수가 현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고수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등 억만장자 투자자들은 지난 2분기 미디어 관련주를 사들였다.
22명의 억만장자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기관투자 매니저 보유지분공시(13F)를 보면 이들은 차터커뮤니케이션(종목코드 : CHTR)과 테그나(TGNA), 타임워너케이블(TWC), 디시네트워크(DISH), 디렉TV(DTV) 등 미디어 관련주를 매수했다.
고수들은 에너지 관련주에 대해서도 역발상을 발휘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유가가 절반이 넘도록 하락하며 주식시장에선 에너지 업종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지만 억만장자들은 에너지주를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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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출처=블룸버그통신> |
2분기 어닝시즌 이후 미디어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억만장자들은 이에 앞서 미디어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버핏의 차터 지분 확대다. 버핏은 차터의 지분을 3월 말 597만9000주에서 851만5000주로 늘렸다. 대니얼 롭과 토마스 스테일러, 스티브 맨델도 같은 기간 차터의 주식을 샀다. 차터의 주가는 올해 들어 6.14% 상승했다.
일각에선 버핏의 차터 지분 인수가 향후 다른 미디어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372억 달러(약 43조 2900억 원)를 들여 미국 항공기 부품 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트를 인수한 탓에 버핏 회장은 당분간 대규모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다 그가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터의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 이후 기업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로 분석된다.
차터는 당국으로부터 타임워너 케이블 인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차터는 미국 2위의 케이블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아이칸은 이름조차 생소한 테그나에 투자했다. 테그나는 일간지 USA투데이와 주간지 USA위켄드 등을 보유한 신문사인 가넷(Gannett)으로부터 분리된 방송·디지털 기업으로 46개의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아이칸은 테그나의 주식 1496만7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테그나는 카스닷컴(Cars.com)과 커리어빌더, 포인트롤, 샵로컬 등 방송과 디지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테그나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무난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의 11개 투자은행(IB) 중 5개사가 테그나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비중확대'와 '유지'를 제시한 기관은 각각 1곳과 5곳이었다.
◆ 에너지주 담은 고수들의 속내는?
아이칸은 에너지 업종의 약세 속에서도 꾸준히 체사피크에너지(CHK)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담으며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유가 폭락과 운명을 함께한 체사피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8.5% 떨어졌는데 아이칸은 지난 3월까지 이 회사의 지분을 11%까지 끌어올렸다.
2분기 아이칸은 체사피크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채로 천연가스로 눈을 돌렸다. 셰니에르에너지(LNG)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번 투자 결정은 '기업 사냥꾼'의 기질을 발휘해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은 "과거에 우리가 해온 것처럼 이사회 멤버로서 셰니에르의 주주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기여를 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셰니에르는 지난 24일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조너선 크리스토도로와 새뮤엘 머크새메르를 이사회 멤버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아이칸의 체사피크나 셰니에르는 아니었지만 다른 투자자들도 다시 에너지주에 눈길을 줬다.
리처드 칠턴과 레이 달리오는 2분기 6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엑손모빌(XOM)의 지분을 각각 5만7000주에서 9만3000주로, 16만9000에서 23만2000으로 늘렸다. 엑손모빌의 올해 주가 하락률은 약 23%에 달한다.
달리오는 이 밖에도 선코에너지(SU)와 듀크 에너지(DUK), 발레로 에너지(VLO) 등 에너지 관련주를 추가 매수했다.
데이비드 아인혼은 체사피크와 함께 최악의 에너지 종목으로 꼽히는 콘솔에너지(CNX)를 4분기 연속 매수해 지분을 9.97%까지 늘렸다. 콘솔에너지의 주가는 올해에만 64.12% 하락했다. 아인혼은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콘솔에너지의 적정 주가가 현재 가격의 2배 이상인 35달러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