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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미성년’ 수준”

기사입력 : 2015년08월24일 14:10

최종수정 : 2015년11월02일 10:51

한국 지방자치 20주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다(서울특별시장편②) 일문일답(1)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뉴스핌 단독인터뷰는 지난 21일 <지방자치 20주년과 서울시장 4년> <서울시정> <복지 안전 일자리정책> <경제와 사회 일반> <남북관계와 대선출마 여부> <서울의 문화와 관광>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뉴스핌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서울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지방자치 20주년과 서울시장 4년

- 민선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아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과 성과를 평가한다면?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성년의 나이가 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미성년’의 수준이다. 특히, 지방분권의 기초인 재정권, 자치조직권 모두 중앙에 예속된 상태다. 국세, 지방세 비율은 2:8인데 실질 업무 비중은 6:4로 권한과 책임이 역행하는 재정구조가 20년째 이어지고 있고 부시장은 물론 국장 한 명 늘리고, 실·국·본부 신설하는 것도 행정자치부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런 여건에선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장 밀착형 행정으로 시민의 행복을 도모하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꿈은 영원한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부터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팔 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진정한 자치분권을 솔선하기로 결단했다. 지금 자치구는 당장 기초연금, 보육료도 편성 못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만큼 조정교부금을 인상(21%→22.78%)해 내년부터 총 2862억원(구별 평균 119억)을 추가 이양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치구가 적어도 기본경비는 100%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답할 차례다. 현 11%의 지방소비세 세율을 20%로 인상하고 복지 사업 국고부담 상향, 국세 지방세 이양으로 지역의 잠재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워가는 윈윈의 협력이 이뤄지도록 건의할 것이다.”

- 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나 세빛섬과 같이 눈에 보이는 토목이나 건설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시민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박원순표 정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는데?

“토목, 건설 정책은 도시의 골격을 완성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토목, 건설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없거니와 토목, 건설 정책 없이 천만 시민의 서울을 유지해 갈 수도 없다. 실제로 지금 서울시에선 서울역7017 프로젝트,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 영동권 마이스 산업지구나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 등 서울의 10년 후, 100년 후를 풍요롭게 할 토목, 건설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단, 도시의 변화를 이처럼 토목, 건설과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선 토목,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적 변화와 함께 복지, 환경 등의 소프트웨어적 과제, 공직 혁신, 재정 건전성 확보 등 도시 전반의 체질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본다.
채무 7조원 감축과 공공임대 8만호 공급을 동시에 이룬 일,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로 3조2000억원 혈세를 아끼고 비정규직 직원 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박원순법’으로 공직사회의 신뢰를 탄탄히 구축해 가는 등 이전과 달리 보이지 않는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 실천하는 이유다.”

◆ 서울시정

- 2011년 출마할 때 구호가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었는데 4년 지난 현 시점에서 서울시민들의 삶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지?

“그건 시민들에게 물어보셔야지. 최선을 다했는데 시민 각자가 느끼는 게 다를 테니까. 서울시 청사에 산하 투자기관, 근무하는 사람 중 7000여 명 정도가 환경미화원, 경비, 경호 방호, 이런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인생의 안정성이 담보된 것이다. 이것이 한 인간에게 주는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화두였는데 서울시는 딱 실천했다. 학생들이 알바 시간 뺏기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 사회 공헌할 시간을 온전히 얻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곳곳에 그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거대한 눈에 보이는 변화만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작은 변화, 자기 마을 속의 변화, 자기 삶의 변화가 참으로 소중한 게 아닌가. 옛날에는 과거에는 거대한 하드웨어가 변화하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삶의 질과 자신의 행복에 있어서 작은 변화들이 훨씬 소중한 시대가 됐다. 하드웨어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 외관의 변화 보다는 내면의 변화가 중요한 시대가 됐고 서울시가 그런 것을 열심히 잘해온 것이 아닌가 자평하고 있다.”

- 서울시가 추진해온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추진 계획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지난 번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서울이 뜨는 금융도시 7위에 랭크됐다. 그런 걸로 보면 세계 도시 중 괜찮은 금융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긴 한데 저는 불만이 많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금융이 서울에 집중돼도 상해, 동경 이런 도시들과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은데 거래소는 부산 가 있고, 흩어져서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결제 도시 중 하나로 서울이 지정됐다. 이런 것 잘 활용하고 지금 여의도에 IFC가 많이 비어있긴 한데 차츰 채워갈 생각이고, 여러 가지 금융과 재정의 중심도시로서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지방에 간 기관들을 서울에 합동사무소를 두자’ 이런 거나, 영국의 핀테크 산업단지가 있는데 ‘레벨39’라는 기관이 서울시와 함께 지금 IFC에다가 핀테크 산업 센터를 만들고 있다. 이런 걸 통해서 서울의 금융발전을 이끌고 있다.”

- 서울시는 최근 잠실~서울역~마곡지구를 큰 축으로 MICE(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산업의 약자) 산업시설을 포함한 개발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MICE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MICE 관광객이 서울에서 쓰고 가는 돈은 일반 관광객의 몇 배다. 지난 경제 위기에서도 MICE 산업만큼은 유일한 무풍지대였을 정도로 MICE는 도시 경제를 지탱하는 미래형 핵심 먹거리 산업이다. 게다가 MICE에서 공유되는 최신정보와 기술은 서울형 창조경제의 기초자원이 될 수 있고 마이스 때문에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이에 서울시는 MICE를 서울형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MICE 유치를 위한 사전분석부터 유치 후 맞춤형 지원책까지를 담은 ‘2015 MICE 육성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서울은 (2013년 기준) 싱가포르, 브뤼셀, 비엔나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국제회의가 많이 개최되는 도시가 됐고, 관광분야 최고 권위의 여행지인 비즈니스 트래블러지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국제 비즈니스 미팅 도시’상을 3회 연속 수상하는 등 국제행사 개최로서의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MICE 인프라는 서울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코엑스와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강남의 한전부지, 잠실종합운동장을 MICE 복합단지로 조성하는 한편, 서울역 북부역세권, 마곡지구에도 호텔‧회의장 등 마이스 관련시설을 확충해 서울을 향한 마이스 수요를 적극 흡수해 나갈 계획이다.”

-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던 '한강 개발 마스터플랜'이 늦어지고 있다.

“한강은 우리의 문화재급 보물이다. 한강이 살고, 살아난 한강이 다시 사람을 부르고, 관광을 불러일으킨다면 바야흐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 이 같은 공감대 아래 작년 9월 한강개발 TF를 결성해 근 1년에 걸친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한강의 자연성 회복, 재해예방, 관광자원화, 도시계획적 잠재력을 통합적으로 반영한 한강 개발의 큰 그림이 완성된 상태로 늦어도 이달 말에는 구체적 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로 불리고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의 혁신이 서울 교통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이에 지금 서울시는 집 앞 5분 거리의 도시철도 시대를 목표로 촘촘한 도시철도망 구축에 착수했다. 특히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을 운행을 위해 노후전동차 교체, 9호선 조기 증차 등을 추진 중이다.
단, 대중교통 요금이 운행 원가를 밑돌고, 무임승차 요금 보전이 되지 않으면서 대중교통 운행 적자가 축적돼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재정적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월 불가피하게 요금 조정을 단행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서울시는 대중교통 체질 개선을 위한 자구적 노력과 함께 무임승차 요금 보전을 비롯한 9호선 증차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다. 동시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올빼미버스와 같은 교통 혁신을 성취했듯, 재정 차원의 접근 방식을 넘어선 대중교통 혁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의 사용을 놓고 강남구의 반발이 거세다.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헐값 매각’과 ‘기업 특혜’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실상 범국가적 아젠다로 지역의 이해를 넘어 공존‧상생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이 사업으로 탄천변 개발,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이 이뤄지면 강남구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이 일대에 투자와 소비, 일자리가 몰리면 그 자체가 지역경제에 어마어마한 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나아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으로 이 일대에 집중될 투자, 소비, 일자리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강남구에서는 충분히 협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부지가 가진 재산 가치를 넘어 국제교류복합지구라는 큰 구상 아래 이 부지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민간자본의 투자와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공개입찰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에선 매각에 앞서 의료원 부지에 대한 용도를 지정, 국제업무‧MICE 지원공간으로 개발을 유도하도록 지구단위계획 세부 개발 지침을 마련하는 등 공공성 확보 및 계획적 활용을 위한 장치를 갖춰놓은 상태다. 또한 이 부지는 용도지역을 종 상향(제2종일반주거 → 준주거지역)해 시장가격이 반영된 주변 시세대로 공개 매각해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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