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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환율전쟁] '속내가 뭐냐' 서방측 평가 '분분'

기사입력 : 2015년08월12일 14:25

최종수정 : 2015년08월12일 14:25

"경기부양·환율 자유화 목적" vs "구조개혁 역행 우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 인민은행(PBOC)의 전격적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서방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위안화 국제화와 수출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로 구조개혁을 추진해오던 중국이 경기 침체라는 복병을 맞닥뜨리면서 기존 노선을 수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 경기부양 위한 비장의 무기?

12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6.3306위안으로 제시, 전날의 6.2298위안보다 1.62% 높게 고시했다. 전날 1.86% 높게 고시한 데 뒤이은 것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위안화 절하폭이다.

최근 5일간 달러/위안 환율 추이 <출처=마켓워치>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하가 일회성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무역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위안화 강세로 인한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제 및 금융시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데다, 올해 '7% 안팎'이라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는 상하이증시마저 폭락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수차례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는 등 부양책 카드를 여러 차례 소진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8.3%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 역시 8.1% 급감했으며, 기업 순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공장 출고가, 즉 생산자 물가도 같은 기간에 5.4%나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으려 했던 내수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대비 1.6% 상승해 중국 정부의 물가 안전 목표인 3.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대내외적 지표가 악순환을 반복하자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 '위안화 절하'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모넥스 증권 선임 전략가는 "그동안 다른 아시아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을 때 위안화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었다"며 "중국은 높아진 경기둔화 우려로 각종 통화 및 재정적 부양책을 총동원해 왔으며, 위안화 절하만 유일하게 사용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 "환율 자유화 과정" 평가도 

또 위안화 절하는 환율의 시장 메커니즘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환율이 시장원칙에 따라 움직이게끔 해야 하며, 환율 변동폭 확대는 위안화 환율 자유화로 가기 위한 점진적 개혁조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아이단 야오 AXA 투자운용 선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 여부 결정을 앞두고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가 이뤄진 것이 놀랍다"면서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하에 대한 선입견이 시장에 깔림으로써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게끔 외환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미 시에 오버시차이니스뱅킹코퍼레이션(OCBC)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환율 변동폭 확대를 통해) 위안화가 더 시장원칙에 따라 움직이게끔 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통용 범위를 확장시킬 것"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 요코타 SEB 아시아 전략부문 대표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일일 변동폭을 확대하는 대신 위안화 고시환율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 것은 정부가 환율 자율화와 SDR 편입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HSBC 이코노미스트들과 통화 전략가들도 달러/위안 고시환율 변동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 노트를 통해 밝혔다.

◆ 구조개혁 역행 등 우려도 높아

다만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가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구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이끈 것은 다시 수출에 무게중심을 부여함으로써 개혁 작업을 되돌리려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 재무부의 경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니 스미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개혁의 역주행은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도 전날 이메일 성명서를 통해 "중국이 개혁 작업을 되돌릴 경우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번 변화의 진행상황을 모니터링 할 것이며 중국이 환율을 시장 원칙에 맡기고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한 개혁을 지속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IMF 관계자들도 중국이 시장 자유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도 연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시장 자유화를 위한 계획을 공개하긴 했지만 위안화가 아직까지는 "자유로이 통용되는 통화"라는 IMF의 주요 준비통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IMF 측 판단이다.

호위 리 필립퓨처스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절하는 그만큼 중국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위안화가 IMF의 SDR에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심각하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마사후미 전략가는 "위안화 절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달러와 한국 원화, 대만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날 중국의 조치가 환율전쟁의 시작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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