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브론 로즈뱅크 프로젝트 최종 투자승인 미정
[뉴스핌=황세준 기자] 현대중공업이 2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하지 못하고 2년째 설계만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쉐브론(Chevron)의 로즈뱅크(Rosebank)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설계를 2년 넘게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4월 해당 프로젝트를 19억달러에 수주했는데 발주처의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이 나지 않은 수의 계약이다.
설계는 이미 한차례 퇴짜를 맞아 올해 4월부터 설계 변경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당초 납기 예상시점이었던 2016년 11월은 이미 맞출 수 없게 됐다.
회사 측은 “발주처로부터 기존 설계비용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건조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건조 착수 후 납기를 넉넉하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회의론이 안팎으로 제기된다.
특히 납기를 촉박하게 받으면 이후 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손실 등 반영으로 지난해 3조원 대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719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조선업계는 수년 뒤 일감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무리한 수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FID를 받은 뒤에 설계를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계약 형태”라며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위해 너무 많이 숙이고 들어간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2013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실적’에 목말라 있었다고 분석한다. 2012년 240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으나 달성율은 절반을 조금 넘는 135억달러에 그쳤고 결국 공격적인 수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에도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국영 가스공사인 게일이 발주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9척을 수주하기 위해 영업담당 임원 등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한 것.
인도 프로젝트는 총 18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LNG를 운반할 해운사조차 선정되지 않은 상태고 선박 중 3분의1은 현지에서 건조해야 하는 조건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도 LNG는 현지 건조 조건 및 납기 보증 조건으로 인해 이미 4번이나 유찰됐다”며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조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세계 조선사들이 포기한 건을 수주하겠다고 나선 상황인데 현지에서 배 건조하다가 공정 늦어져서 패널티를 받게 될 까 우려스럽다”며 “한국 조선기술의 해외 유출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