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 메뉴 그대로 베낀 빙수 판매하며 ‘모르쇠’
[편집자] 이 기사는 8월6일 오전 11시31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중국 광동성, 항주 카페베네 매장에 있는 빙수 메뉴 배너. <사진=독자 제공> |
[뉴스핌=강필성 기자] 회사원 A씨는 최근 중국 광동성으로 출장을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중국 현지에서 카페베네를 간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방문했는데, 메뉴가 국내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국내의 빙수 전문 브랜드 ‘설빙’의 메뉴를 그대로 옮겨왔다.
A씨는 “맛까지도 유사해 처음에는 카페베네가 설빙과 중국 진출을 함께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카페베네가 중국 현지에서 국내 빙수 전문 업체인 설빙의 메뉴를 대놓고 베껴서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소위 말하는 ‘짝퉁’ 논란이 적지 않은 중국이지만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국내 경쟁사의 메뉴를 베끼는 것은 이례적이다 못해 황당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베네가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광동성, 항주 카페베네 매장에 있는 빙수 메뉴 배너. <사진=독자 제공> |
하지만 이 메뉴에는 국내 카페베네의 빙수 메뉴와는 완전히 다르다. 메뉴 구성은 물론 제품명까지도 설빙의 메뉴와 판박이다. 심지어 중국 항주(杭州)에 있는 카페베네 매장에는 아예 메뉴에 ‘설빙’이라는 한자와 한글까지 넣었다.
메뉴를 살펴보면 설빙의 대표메뉴인 ‘인절미 설빙’과 ‘치즈 설빙’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제일먼저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망고 ‘망고 치즈 설빙’, ‘생딸기 설빙’, ‘리얼초코설빙’의 판박이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용기도 국내 빙수 메뉴에 쓰이는 납작한 접시가 아닌 설빙의 상징인 검은 사기그릇을 그대로 도입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정도 수준이면 ‘미투 제품’ 수준이 아니라 ‘도용’이라고 봐야할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해외에서 국내 기업끼리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상도의가 아니다.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설빙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빙 관계자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설빙은 현재 중국 공략에 첫 걸음을 뗀 상황이다. 최근 중국 내 2개 매장을 오픈했고, 오는 2017년까지 150개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맞딱뜨린 경쟁자는 중국 현지 업체도, 내로라하는 글로벌업체도 아닌 바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인 카페베네의 ‘짝퉁메뉴’가 된 셈이다.
카페베네는 현재 중국내 4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규모에서는 설빙을 크게 앞설 수밖에 없는 위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카페베네의 태도다. 카페베네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이런 설빙 메뉴가 몇 개 점포에 판매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안된다”며 “현재 중국법인이 자금난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본사의 컨트롤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페베네의 중국법인인 Caffebene찬음관리유한공사와 카페베네관리유한공사는 지난해 각각 2억4000만원, 18억8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카페베네 국내 본사 역시 지난해 74억9700만원의 순손실을 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법인의 실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난까지 겹치자 카페베네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내 가맹점의 항의와 임금체불 등이 겹치자 당장 국내에서 검증된 ‘팔리는 메뉴’를 무단으로 갖고 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중국내 ‘짝퉁’은 국제사회에서도 골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도 국내와 달리 현지에서 법적인 조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해외 진출이 미미한 설빙의 메뉴를 카페베네 본사의 도움이나 조언 없이 중국법인만으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차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