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내 LG전자 시총비중, 6년새 1/3토막..."상품 차별화 등 시장대응 못한 탓"
[뉴스핌=김나래 기자] LG그룹이 7월 한달 증권가 루머에 몸살을 앓았다. 구글의 LG전자 인수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아우디 대규모 수주설. 대부분 회사측이 관련 소문을 일축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주식시장 특성상 묘한 여운은 남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LG관련 루머를 두고 'LG그룹 위기론'을 조심스레 꺼내든다. 언뜻 듣기엔 소설에 가까운 얘기일 수 있지만 인수합병(M&A)설이 계속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급기야 지난 달 후반 증권가 일각에선 LG 계열사 중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LG유플러스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인수 대상자로는 CJ가 언급됐다. 알뜰폰 사업을 하는 CJ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 LG로선 비주력 사업을 팔아 캐시카우를 만들고 CJ는 경쟁력을 확보, 상호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LG전자-구글 인수와 같은 맥락의 루머인 것 같다"며 "특히 그 주체가 CJ라는 게 말이 안된다"며 일축했다. CJ그룹측도 "알뜰폰 외 통신사업 진행 중인 것 전혀 없다. LG유플러스 인수는 정말 황당한 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시장은 움직였다. 먼저 구글의 LG전자의 지분인수설이 돌던 당시 LG전자는 장중 15% 이상 급등했다. 정도현 LG전자 대표가 "구글 지분인수설은 협력관계이지만 지분인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서면서 다소 진정국면을 맞았다.
사실 LG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TV사업에서 구글과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앞서 스마트폰 분야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구글의 스마트폰인 '넥서스5'의 제조를 담당하는 등 긴밀한 관계였다. 특히 미래 산업으로 부상한 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평소 협력관계가 긴밀한 구글과 LG전자가 모바일, TV 등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기대한 것이다.
이후 LG는 LG화학의 아우디 전기차 배터리 7조원 공급설로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LG화학의 부인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호재에 목말라하는 갈증에 여전히 추가 수주 언급 기대감이 있다.
증권가에선 LG전자의 루머와의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둔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LG 연결실적이 작년까지 마이너스를 이어온데다 올해도 플러스 성장 기대감이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IT실적이 좋지 않아 다른 자회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 등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좋은 자회사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LG그룹 추락에는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LG전자의 그룹내 시가총액 비중 감소세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6~2007년까지 그룹내 높았던 LG전자 기여도와 비중이 크게 줄어든 반면 LG생활건강과 LG화학은 그룹내 위상이 높아졌다.
이는 LG하우시스가 LG화학에서 분사된 2009년 4월 20일 이후(LG 계열사가 모두 상장된 당시 기준)로 시가총액의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극명해진다.<표 참조>
LG그룹의 지난 6년간 전체 시가총액에서 LG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월8일 30.47%의 최고치를 기록 한 뒤 점점 쪼그라들어 지난달 30일 10.29%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실적부진으로 점점 그룹내 시가총액 비중이 줄었다. 2009년 4월 21일 그룹내 LG디스플레이의 시가총액은 21.85% 최고치를 기록한 뒤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있다.
그나마 LG그룹내에선 LG생활건강과 LG화학이 떠받치는 모양새다. 지난 6년간 LG생활건강(2009년 9월1일) 그룹내 시가총액 비중은 4.59%에서 현재 20.48%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줬다. LG화학은 그룹내 시총 비중이 현재 25.60% 수준이다. 즉, 그룹내 LG생활건강과 LG화학의 비중이 46.08%를 차지해 사실상 두 기업이 LG그룹 주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산업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경우 LG그룹 자회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LG그룹내 특정 자회사가 실적이 좋아져도 다른 자회사의 실적 메워주는 역할 정도에 그쳐 LG그룹 전반에 대해 낙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LG의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LG화학, LG생활건강, LG, LG디스플레이, LG전자의 순으로 과거와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며 "LG전자 고유의 문제도 있지만 수출주를 기반으로 했던 대기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과 사업 트레이트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 현재 대기업들의 에셋(자산)이 부채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LG전자만의 문제인지, 대기업 전체의 구조조적인 문제가 온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라고 조언다. LG전자에 대해선 "최근 수년간 상품에 대한 차별화를 못하고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