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및 채무조정 전제 없는 지원 부적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채권국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추진하기로 합의를 이루면서 가까스로 디폴트 리스크를 넘긴 그리스가 또 한 차례 난관을 맞았다.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단독 입수한 IMF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정책자들은 그리스가 새로운 구제금융 지원을 집행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리스 의회에 몰린 긴축 반대 시위대[출처=블룸버그통신] |
이 때문에 IMF는 860억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할 수 있지만 앞으로 수 개월 혹은 내년까지 자금 지원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IMF의 움직임은 가뜩이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압박을 가하고 있는 독일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FT가 입수한 4페이지짜리 내부 회의 기밀 문건에 따르면 IMF의 그리스 관련 협상 담당자들은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정책적인 차원의 논의에만 참여할 예정이다.
1차적인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리스 정부의 경제 개혁과 유로존 채권국의 채무 조정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IMF의 입장이다.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채권국은 채무 조정에 강력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IMF의 내부 회의 문건은 앞으로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미 일부 그리스 정책자들은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지만 IMF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이를 좌절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 급진좌파 정부가 개혁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연말 IMF가 구제금융 지원을 철회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번 문구에서도 아시아와 브라질, 캐나다 등 비유럽 국가 IMF 이사회 위원들이 기금의 평판과 정책 일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이 문제에 같은 뜻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내부 문건은그리스의 부채 위기 문제를 둘러싸고 IMF와 유로존 채권국 사이의 이견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