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 무너지면 실물경제 위협… 확산 우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 증시가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도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국 증시가 그동안 안정을 되찾는 듯 보이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날 무렵, 증시가 8% 급락장을 연출한 것은 이러한 신뢰를 산산조각내 버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28일 중국 인민은행(PBoC)는 역RP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500억위안 투입하고, 성명서를 통해 "필요할 경우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27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대변인을 통해 "증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감독 당국이 증시 안정화 작업에서 손을 뗐다는 주식시장 일각의 루머를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당국에 증시 개입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데다 증감회가 산하의 증권금융공사를 통해 시중 증권사에 공급한 증시 안정화 자금을 회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됐었다. 증감회는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전날 중국 증시는 8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345.35포인트 8.48% 하락한 3725.56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중국 증시 조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 주식이 가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며 전날 폭락장을 크게 문제 삼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통제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이야말로 중국 실물경제에 진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중국 센터 선임 펠로우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증시는 중국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물 경제와 연관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진짜 우려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에버코어 ISI의 도날드 스트라스자임 중국 리서치부문 대표는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게 될 경우 충격은 일파만파로 더 커질 것"이라며 "시장에는 아직도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많고, 중국 정부가 개입해 이를 사들이지 않으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패트릭 쇼바넥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는 "정부가 충격을 막기 위해 자산가격을 지탱할 것이라는 인식이 주식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그림자금융 등 모든 시장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믿음에 균열이 발생할 경우 모든 자산시장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증시에서 거래중지됐던 종목들이 거래 재개에 나서면서 물량 압박이 커진 점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중국 기업들은 앞서 발생한 증시 폭락을 피해가기 위해 주식 거래를 앞다퉈 정지시켰었다. 이로써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중 1400개 이상이 거래 정지됐으나, 이후 당국의 증시안정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속속 거래가 재개돼왔다.
그러나 거래중단 조치로 투매가 더 악화되는 등 정부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게 대다수의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증시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지 관영매체들과 당국 관계자들은 중국 증시가 앞으로 악의적인 투매 세력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스트라스자임 대표는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는 지난 7월 4일부터 시장의 기능을 완전히 잃고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며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현재로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중소형 종목들은 오히려 단기적으로 50%~100% 급등했었기 때문에 폭락장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 소득과 임금, 소비가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장세가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도날드 스트라스자임 에버코어 ISI 중국 리서치부문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에겐 전날 급락 장세는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다"며 "주식시장은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비하면 중국 가계 자산 중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락장은 중국 정부의 실책보다는 부진한 부동산 시장상황과 더 관계가 있다"며 "그림자 금융은 (부동산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신용거래를 실시했고, 결국 그 거품이 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