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상 보유한 블랙록 등 외인 주주 요구에 화답..30일 IR서 발표
[뉴스핌=김연순 백현지 기자] 자사주 매입 등 삼성전자가 절반이 넘는 외국인 주주를 위해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는다. 우여곡절 끝에 합병이 성사단계에 이른 통합 삼성물산에 이어 그룹 주력회사인 삼성전자로까지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는 것이다.
22일 재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컨퍼런스콜을 통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기업설명회에서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30일 2분기 실적 기업설명회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의 핵심으로 '자사주 매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인적분할(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 때 활용할 수 있어 주주친화정책의 명목으로 실제로는 오너십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지주부문을 설립하고 다시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통상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12.2%의 의결권은 부활할 수 있다.
현행 상법(제369조)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2개로 분할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한다.
예컨대 인적분할 이전에 대주주가 A회사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고, A회사가 자사주 15%를 보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인적분할로 A1, A2 두 회사로 나눠지면 A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A1(지주회사) 쪽으로 이전된다.
현재 자사주 관련 규정이 미비해 신설회사인 A2(사업회사)가 신주를 배정할 때 자사주에도 신주배정이 이뤄진다. 지주회사는 사업회사가 자사주에 신주로 배정한 15%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주주는 자신의 20% 지분 이외에 자사주에 신주로 배정한 15% 지분의 의결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사실상 경영권과 지배력이 35%로 늘게 된다.
추가로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와 주식교환 등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면 오너가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오너가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해 계열사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오너가 입장에선 이 과정에서 배당성향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 유인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 자사주는 총 상장주식의 12%(1709만4741주) 수준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삼성전자가 작년에 특별배당을 하면서 일시적이라고 분명히 명시를 했다"며 "배당성향 확대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삼성전자가 주주친화정책을 편다면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작년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하면서 보너스배당으로 명시를 해 계속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작년 배당금 자체가 예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 오히려 주주친화정책으로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은 주주권익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삼성물산에 이어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번 주주친화정책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증권업계에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확대 방안도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 달래기와 맞물려 시장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1.82%(총 상장주식수 1억4729만9337주, 외국인 보유주식 7633만5878주)에 달한다. 특히 블랙록 등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높게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덱스(지수연동형) 펀드 중심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2.11% 보유)은 산하 투자자문사인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2.80% 보유, BlackRock Fund Advisors) 등과 함께 지난 17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 블랙록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3.1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인덱스 펀드 운용사인 뱅가드(1.52%),미국계 투자사인 프랭클린 리소시스(Franklin Resources)가 1.3%, 노르웨이 국부펀드(MBIM)가 0.90%, 자산운용사 피델리티(0.74%), 디멘셔널(0.54%)이 1% 남짓한 지분을 들고 있다. 또 미국계 뮤추얼 펀드인 '닷지앤콕스(Dodge&Cox)'도 삼성전자 지분을 2%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삼성전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블랙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삼성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법인이 주주가치를 올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삼성그룹 경영진에게 요구한 바 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보고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 블랙록은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A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본부장은 "외국계 기관들이 삼성합병 찬성으로 돌아선 건 지난 11일부터 지난주 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블랙록도 찬성쪽으로 기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임시주총 열흘 전인 지난 8일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아시아지역 지배구조 담당 이사와 전격 만남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합병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역시 주총 직전까지 홍콩 등지에 머물면서 네덜란드연기금과 뜻을 같이 하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 곳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물산 합병에선 블랙록을 포함해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주주 5%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주인 피델리티(1.29%), 인덱스 펀드 운용사인 뱅가드(1.28%)와 디멘셔널(1.20%) 등도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선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삼성물산 주총 전부터 삼성전자 배당성향 확대 얘기가 나왔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앞선 헤지펀드본부장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외국계 주주에 접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물산보다 삼성전자 지분 비중이 높은 장기투자 성향 인덱스펀드 등은 삼성전자의 배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배당성향을 확대하더라도 지난해 일시적인 특별배당(보너스배당)을 고려할 때 최대 10%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은 12.5%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특별 배당금 성격으로 전년 대비 배당을 30~50%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1월 기말 배당금으로 주당1만9500원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중간배당 500원과 함께 배당금은 주당 2만원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2년 5.2%, 2013년 7.2%, 지난해 12.5%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15% 안팎이었던 2007년과 200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황준호 수석연구원은 "업계에선 대부분 올해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컨센서스가 작년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배당성향을 높이더라도) 작년 보너스 배당을 합친 작년보다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최대 10%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배당성향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백현지 기자 (y2kid@newspim.com),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