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재조정·탕감 위험 여전…그리스 국채 매도해야"
[뉴스핌=김성수 기자] 그리스 의회가 구제금융 협상 개혁법안을 승인한 가운데, 여전히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해소됐다고 보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소속 의원 149명 중 39명이 이탈한 반면, 76의석을 가진 야당 신민주당(ND)과 같은 야당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의회의 개혁법안 법제화를 하면 3년 동안 820억유로 이상의 구제금융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유럽 주요국들은 그리스 지원을 위한 의회 승인 절차도 돌입할 전망이다. 7월 말까지 유럽안정기구(ESM)를 통한 그리스 금융지원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UBS 자산운용은 논평을 통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토마스 웨커 UBS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리스 디폴트 위험이 여전하다"며 그리스 채권에 투자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웨커 CIO는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 내용에서 미래 부채 상환을 요구하는 한은 그리스 디폴트가 제거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그리스 신용등급에도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그리스 신용등급을 지급불능 바로 전 단계인 'CCC-'까지 떨어트렸으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도 이달 초 그리스 신용등급을 Caa3로 강등했고, 피치 역시 'CCC'에서 'CC'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캐나다 신용평가사인 도미니언본드레이팅서비스(DBRS)도 그리스 등급을 CC,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제시했다.
웨커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개혁 실시에 합의해도 채무 재조정이나 탕감을 실시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에는 그리스 채권에 대한 투자금을 대부분 손실할 가능성이 있으며, 회수 가능성이 최저 40~50%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웨커는 "그리스 국채는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그리스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리스 위기가 최종 해결되기까지 '산 넘어 산'이다. 밖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채무탕감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안에서는 그리스 의회와 반체제 시위대가 법안에 항의하고 있다.
IMF는 유럽이 그리스에 대해 '극적인' 채무경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빌린 채무에 대한 만기를 추가로 30년 연장받거나 상당한 채무탕감(헤어컷)을 받아야 회생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디아 발라바니 재무차관은 개혁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밖에서는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한편, 앞서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15일 자체 평가보고서를 통해 2014년 GDP 기준으로 177%에 달하는 그리스 국가채무는 개혁이 실행될 경우 2022년까지 1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해 IMF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IMF 보고서는 채무탕감이 없이는 2022년에도 여전히 170%에 달하는 채무 비율이 유지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EC 보고서 역시 그리스 정부의 개혁안 약속이 이행된다면 직접적 채무탕감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부담의 경감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채무 만기 연장, 이자상환 연기, 최고 신용등급 금리로 자금지원 등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