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亞 최초 커버드본드 발행도 '보류'
[뉴스핌=한기진 기자] 국내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그리스 채무 불이행과 중국 증시 폭락 사태로 글로벌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말라 생긴 일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아시아 최초의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발행 시점을 늦췄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일명 커버드본드법)이 시행된 이후 본격적인 발행 준비를 시작해 6월 12일에 BNP파리바를 통해 글로벌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만들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하면 언제든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또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해 해외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지난 6월 15일부터 일주일간 홍콩, 런던, 프랑크푸르트, 뉴욕, LA, 싱가포르 등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의 수요와 관심을 확인했는데, 국민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만 발행하다가 아시아권에서 처음 나오니까 로드쇼에서 관심을 크게 받았다”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아시아물을 담으려는 것으로, (커버드본드는) 언제든지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자의 관심에도 국민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은 당분간은 어렵다고 보고 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와 중국 증시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위 국민은행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프로그램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서 공시로 정보를 공개하고 발행하면 되지만, 최근 채권 스프레드가 크게 올라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물 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48bp에서 7월 50bp 수준으로 올랐다. 또 수출입은행이 지난 6월 23일과 30일 각각 발행한 글로벌 채권은 6억달러 규모 5.5년과 4억달러 규모 11년 만기로 발행 금리는 2.652%와 3.337%로 지난 1월에 발행했을 때보다 금리가 올랐다. 당시 10억달러 규모 5년만기와 12억5000만달러 규모 10년만기 채권이 발행됐는데, 최근에는 각각 0.364%포인트, 0.399%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재원을 가장 싸게 조달하는 방법으로, 경쟁은행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커버드본드는 물론 다른 해외 채권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 많이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으로 채권 투자심리가 악화했는데 발행시장에 유동성이 확 줄어 수요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10월은 돼야 해외 채권 발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자금부 모 임원은 “금융감독당국이 외화유동성을 깐깐하게 하면서, 은행들이 해외 채권발행이 어려워도 당분간 외화유동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일부 지방은행은 장기 외화채권 만기 불일치가 있을 수 있어 장기화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커버드본드
: 부동산담보대출을 담보로 해서 발행되는 채권(MBS) 또는 대출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비슷하지만, 발행 금융기관의 상환의무까지 부여해 채권의 안정성을 높인 금융상품으로 조달금리가 낮은 장점이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