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최후통첩 "13일 대표이사 만나자"…사측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뉴스핌=한태희 기자] 10일 정오. 건장한 남성 150여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길가에 앉아 있다. 땡볕을 피하려는 듯 이들은 하나같이 주황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똑같이 빨간 조끼를 맞춰 입은 이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당해고를 철회하라. 해고는 죽음이다."
복직을 외치는 이들은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 노동조합원들이다.
JTI코리아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해고자 복직과 임금교섭을 놓고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급기야 노조는 이날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고영현 JTI코리아 노동조합 위원장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없는 JTI코리아를 꿈꾸며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어서 투쟁한다"고 말했다.
JTI코리아 노사갈등은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측은 지난해 11월 광주지점 직원 1명을 해고했다. 이어 올 들어 남서울지점 직원 7명과 본사 직원 3명도 해고했다. 사측은 허위보고와 입력 코드 조작, 허위매출을 문제 삼았다. 들어온 담배와 나간 담배 수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수량이 맞지 않으면 영업사원은 담배를 판매한 것처럼 전표를 발행하고 비용은 본인이 채워넣는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허위 매출기록으로 봤다.
한 노조원은 "회사에선 '인마이포켓'했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부족한 돈은 영업사원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다 채워넣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빌미로 사측은 조합원을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고된 사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부당해고 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며 복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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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 노동조합은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길가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부당노동행위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장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
갈등이 이어지는 중에도 사측은 노조원을 만났다. 조합원 한명 한명을 찾아다녔다. 고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을 칼로 무 베듯이 잘라 놓고는 사과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해고자에게 개별로 접촉하며 3개월 정직으로 감면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해고자 복직 뿐만 아니라 임금교섭과 노동환경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노조는 임금 20% 인상과 인센티브 원상회복을 요구한다. 또 하루 출퇴근 거리가 500~700㎞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도 요청한다.
고 위원장은 "임금 인상 20%를 다 받아도 평균근속 연수 직원 중에서 가장 낮은 임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노조는 사측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는 13일 JTI코리아 대표이사가 협상테이블에 앉으라는 것.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229명 가운데 86%(197명)가 찬성했다.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JTI코리아 관계자는 "노조로부터 공식적으로 13일에 만나자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이른 시간 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 주장에 대해 반박할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