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증가했던 엔 캐리 포지션 청산 움직임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에 수요가 몰리자, 엔 캐리-트레이드 인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중국 증시 급락은 그 자체로 중국경제에 큰 충격파가 없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통화가치가 급등락하는 등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와중에 투자자들 사이에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1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달러/엔과 중국 증시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청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가 폭락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면서 달러/엔도 동반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근 1주일간 달러/엔 추이 <출처=www.xe.com> |
수스케 야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수석 외환 전략가는 "중국 증시 폭락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드는 차원을 넘어서서 경제에까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될 경우 투기적 자금은 다시 엔화에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자, 기존에 엔 캐리-트레이드를 활용하던 투자자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달러·유로 <출처=블룸버그통신> |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엔화로 돈을 빌려 파운드화로 운용할 경우, 일본 기준금리인 0.10%와 영국 기준금리 0.50% 간 차이인 0.40%포인트 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처럼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엔 캐리-트레이드를 실행하기 어렵다. 조달통화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조달비용이 상승,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데렉 할페니 미쓰비시도쿄UFJ은행 글로벌마켓 리서치 유럽부문 헤드는 "(중국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아 위험자산 회피가 지속될 경우, 달러/엔 마진거래를 청산하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투자전문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은 "캐리트레이드는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들이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시장 전반에 경고 메시지로 인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엔 강세로 인해 엔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엔화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포지션을 늦게 청산할 수록 엔화를 비싼 값에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의 위험이 높아졌을 때 엔화를 '안전자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엔화가 펀더멘털 상 안전자산의 요건을 갖추었다기 보다는 그런 자산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이먼 데릭 BNY멜론 수석 통화전략가는 "시장에서 위기 발생시 엔화 강세가 나타나는 것은 엔화가 안전자산이라서가 아니다"라며 "기존에 엔화 숏 베팅으로 들어가 있었던 엔 캐리 포지션을 투자자들이 청산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 청산 외에도 글로벌 시장이 동요하게 되면 통상 해외채권과 주식을 매입하는 일본계 투자자들도 자금을 회수하게 되고, 이것이 일본 본국으로 송환(repatriations)되면 이것 역시 엔화 강세를 낳는 중요한 요인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