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강화·투자 활성화 방안서 환율 대책 언급없어..전경련 대책 촉구
[뉴스핌=송주오 기자] 환율 이슈에 대해 재계와 정부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나서서 환율 이슈에 적극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수출과 투자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에도 환율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 엔저 등 환율환경 악화로 삼성, 현대차 등 대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손을 놓고 있어 재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제난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그는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대응책을 세워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이라고 당위성을 부여한 후 "현재까진 가시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기업수익이 급감하는 등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대표 수출 기업마저 환율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6조9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기대치 7조1000억원대를 밑돌았으며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한 수준이다.
주력 상품의 판매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전자업계에서는 갤럭시S6의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S5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고가 인하 영향을 들 수 있지만 1만원으로 폭이 크지 않고 갤럭시S6 엣지(97만9000원)라는 상위 모델의 판매량이 절반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환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상황도 비슷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193만4431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줄었다. 올 상반기로는 2.4% 감소한 394만6067대 팔았다.
치명타는 영업이익에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18.1% 감소한 1조5880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30.5%나 급감하며 5116억원에 그쳤다. 환차익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맥을 못추는 사이에 경쟁사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엔저와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고 토요타, 폭스바겐 등 경쟁사에게 밀리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닛산과 폭스바겐은 각각 9.8%, 10.0%의 성장했다. 3.8% 성장에 그친 현대차와 2.3% 역성장한 기아차와는 대조를 보였다.
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올 1분기 5.9%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토요타와 닛산은 각각 4.6%, 4.5%로 상승 국면이다.
급기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현재의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발끈을 조여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계의 절실함과는 달리 정부는 환율 이슈와 관련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날 발표된 수출경쟁력 제고방안에도 환율 대응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방안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활력을 제고하고 수출품목의 다변화, 제조업 혁신 등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 감소의 핵심 요인인 환율은 건드리지 않고 주변부만 손 대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도 환율 대책은 빠져 있다. 관광과 건축 투자 활성화에 집중돼 있다. 재계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승철 부회장이 "환율은 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강하게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이슈가 수출 경쟁력 제고의 핵심 사안인데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면서 "개개의 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정부에서 빠른 대책 방안을 내놓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0대 그룹 사장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기로 했다. 사장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대내외 변수에 흔들림 없이 예정된 투자를 진행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