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에 대한 방향성 상실...미래세대 부담 가중
[뉴스핌=이영기 기자] 정부가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22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이같은 재정역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 느슨해지는 등 추경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성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기회비용 성찰해야...'구조개혁 고삐 느슨해질 우려"
이번 추경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두번째 편성되는 세입추경이다. 세금이 계획에 비해 덜 걷히자 빚을 내 메꾸는 것.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임기중 균형재정에 대한 방향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경편성이 정부의 경기부양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기회비용도 같은 무게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규모 재정보강은 민간부문의 자생인 경제활동을 대체하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재정정책으로 늘어나는 부채는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르스 사태로 추경이 불가피하겠지만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늘린 부채는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우리 경제가 고통스럽지만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보다는 단기적 경기활성화라는 단맛을 탐닉하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으로 박근혜 정부가 균형재정에 대한 방향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추경을 하게되면 구조개혁이 뒤로 밀리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추경과 구조개혁은 서로 상충하는 면이 많아서 자동차로 치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셈"이라며 "내년 총선 등으로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데 이번 추경으로 구조개선의 고삐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메르스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위해 추경 불가피'
한편, 정부는 예기치 못했던 메르스와 가뭄, 그리스 사태 같은 대외불안요인 등이 우리 경제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재정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추경 이유로 강조했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0.3%포인트, 내년 0.4%포인트 성장률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고 청년일자리 6만6000개 포함 12만4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경 재원확보를 위해 9조6000억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시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중 2조원은 기존 발행예정이던 것의 용도를 바꿔 발행하기로 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추경 소요재원은 한은잉여금(7000억원) 등을 최대한 활요하고 국채발행은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국채발행이 9조6000억원 추가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대비 37.5%로 높아진다. 이는 당초 예산안 35.7%에 비해 1.8%포인트 올라가는 것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기가 살아야 세수가 늘어나는 세수선순환을 고려하면 추경에 따른 단기적인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