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 사회초년생 이모(31)씨는 대학졸업 후 곧바로 상경했다. 서울 전셋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옥탑방이 있어 8000만원에 전세를 계약했다. 하지만 이씨는 6개월 뒤 거주하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요즘 밤잠을 설친다.
#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씨는 66m² 아파트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은 2억2000만원으로 매매가 2억7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줄어들자 김씨는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과거에는 집값보다 주택담보 대출 금액이 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날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중한 전세금을 떼이지 않고 안전하게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꼼꼼한 등기부등본 확인이 가장 먼저다.
아파트 전세계약 시 집주인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전셋집과 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주소가 같은지 확인이 필요하다. 다른 경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셋집을 담보로 한 대출 내역도 살펴 봐야한다.
경매로 넘어가면 통상 아파트는 매매 시세의 80%, 다가구나 연립은 70% 선에서 낙찰된다. 따라서 근저당 채권액과 전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는 게 좋다.
가령 매매가 3억원의 주택에 4000만원이 근저당으로 잡혀 있다면 전세금 1억7000만원 이상으로 계약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대출이 많은 주택의 경우 집주인들이 주변 전세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금 회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시세 보다 저렴한 전셋집을 계약할 때에는 보다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제 내가 낸 전세보증금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전세 계약을 맺고 나면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렇게 확정일자부 임차권을 받으면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확보해 전세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전입신고는 민원24 홈페이지(www.minwon.go.kr)에서 신청 가능하다. 확정일자는 임대차 계약서를 가지고 관할 동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전세금을 보호 받으려면 전세권 등기를 설정하면 된다. 이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며 2억원 기준 50만원 정도의 전세권 설정 등기 비용이 든다. 전세권 등기비용은 전세금의 0.2%에 해당하는 등록세와 등록세의 20% 해당하는 교육세, 법무사 수수료다.
전세금을 못 받는 경우 확정일자부 임차권을 가졌으면 소송을 거쳐 승소한 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반면 전세권 설정이 돼 있으면 바로 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세입자 명의가 법인이어서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거나 주소지를 해당 부동산으로 옮길 수 없는 경우 주로 이용된다.
문제는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만으로 전세금보증금을 전부 다 보장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전세가율이 90%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낙찰가율은 평균 70~80%로 전세값보다 낮기 때문이다. 매매가 3억원 주택에 2억7000만원의 전세를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전세가 보다 낮은 2억1000만원 선에서 낙찰이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깡통전세에 놓여있는 경우 보증금 전액을 보장하는 제도가 전세보증보험이다.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보증보험사가 보증금을 대신 내 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남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그 채무자의 권리를 갖는 것)을 행사하는 식이다.
수수료는 전세보증금의 연 0.192%로 일반적으로 전세계약은 2년이므로 보증금 1억원 기준 총 38만4000원의 보증수수료를 부담하면 된다. 즉 38만원 수준에서 2년 동안 1억원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가 귀하다 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가 나오면 무턱대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싸게 집을 얻으려다 큰 돈을 날릴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세입자는 최악에 대비해 전세금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