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험업 육성 정책에 업종 앞날 장미빛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유명 보험사인 화태보험(華泰財產保險股份有限公司 화태손해보험)과 태강인수(泰康人壽保險股份有限公司系 태강생명보험)가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두 회사의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상장 준비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 업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지원 방침 또한 양사의 상장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 화태보험 A주·태강인수 H주 상장 추진
화태보험(화태재산보험)과 태강인수(태강생명보험)의 상장 준비는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화태보험의 경우 일찍이 2005년부터 상장을 시도했으나, 당시 화태보험 산하에 손해보험사 1개 기업 밖에 없었고, 보험과 투자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던 상황에서 상장을 통한 자금모집 의미가 약했다. 때문에 화태보험은 상장 보다 그룹화 실현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태강인수는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포인트까지 치솟던 2007년부터 상장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증시 폭락으로 상장의 꿈이 산산조각 나면서 태강인수는 다년간 침묵해야 했다. 천둥성(陳東升) 태강인수 회장은 "상장을 위한 상장은 하지 않을 것", "태강을 헐값에 팔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북경상보(北京商報) 24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화태보험과 태강인수는 각각 A주, H주 상장을 추진 중이며 올해 연내에 기업공개(IPO)를 마루리 짓는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불마켓 장세를 연출하고 주식발행등록제 시행과 함께 중국 당국이 보험업계 개방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 등이 두 회사의 상장 야심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보험산업 육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민간보험시장을 적극 육성해 공적 연금 등의 취약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으로, 지난달에는 민간 건강보험 가입자에 면세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시범지역 주민이 규정에 부합하는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할 경우 연간 2400위안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개인소득세 연장형 양로보험(연금보험) 제도’ 또한 연내 시범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인소득세 연장형 양로보험이란, 개인소득세를 보험료 납입 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 수령 시 납부할 수 있는 연금보험으로, 일종의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중국 국무원은 보험자산 투자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을 담은 '보험업 신국 10조'를 발표하며, 2020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대비 보험업 비중을 5%까지 늘리고 중국 전체 수입보험료를 5조 위안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1년 태강인수 설립 15주년 기념 행사에서 천둥성 회장은 "3년 내 A·H주 동시 상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1년이 지난 뒤에는 화태보험 왕쯔무(王梓木) 회장이 "상장은 이미 확정된 전략으로, 이미 상장계획 마련에 착수했다"며 2014-2015년에 상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업계 내에서는 태강인수가 올 4분기 홍콩증시 상장을 위해 중국 국제금융유한회사(中國國際金融有限公司, CICC)·골드먼삭스·크레디트스위스 등을 공동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예상 공모액은 86억 위안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태보험 상장 주간사로는 중신증권(中信證券)이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 상장준비팀이 구성되었다고 북경상보가 보도했다.
유명 경제학자 쑹칭후이(宋淸輝)는 "상장이 보험사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익은 자본실력 강화로, 이를 통해 회사의 상환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더불어 리스크 분산과 메커니즘 개선을 통해 자본운용능력 및 회사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쑹칭후이는 "A주든 H주든 실력이 있는 보험사라면 당연히 상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닮은 듯 다른’ 화태보험·태강인수
화태보험과 태강인수의 상장 준비 과정이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양사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양사 책임자 모두 '92파(派)' 출신의 기업가라는 사실. 이른바 '92파'란, 1992년 덩샤오핑 남순강화 영향을 받아 정부기관 공직자 혹은 지식인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인물들을 가리킨다.
태강인수의 천둥성 회장은 대외경제무역부 선진국연구실에 재직한 바 있고, 화태보험 왕쯔무 회장은 국무원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종합사(綜合司) 처장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90년대 중반 '하해(下海, 공무원이 창업대열에 뛰어드는 현상)' 물결이 일 때 보험업계에 투신했다. 천둥성 회장의 진두지휘로 태강인수가 1996년 8월 22일 먼저 설립되었고, 일주일 뒤인 29일 왕쯔무 회장이 이끄는 화태보험이 탄생했다. 양사 모두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다.
공직자 출신 회장, 같은 해 설립된 보험회사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세부 업종 면에서 화태보험은 손해보험을, 태강인수는 생명보험을 택했다.
업무 혁신 면에서는 태강인수가 화태보험을 한 발자국 앞섰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요람에서 천국까지'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태강인수는 2009년 보험업계 최초로 실버타운 투자 시범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 전국 각지에 실버타운을 건설 중이다. '기업연금·자신관리·실버타운·건강보험 등을 아우르는 전국형 대형 보험사'라고 자부하며 태강인수는 현재 손보사 자격을 신청한 상태다.
화태보험이 태강인수에 뒤쳐지고 있는 최대 원인으로는 최초 설립 당시 손해보험업무에만 치중하면서 상장을 선언, 세간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지목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왕(淘寶網)과 협력 관계를 맺고 반품 운송비 보험을 출시하며 인터넷 소비 서비스에서 재도약 기회를 찾고 있지만, 이것 만으로 태강인수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4년 말 기준, 태강인수 자산 총액은 5270억 위안, 순이익은 68억 위안에 달하며 2011년 대비 5배 가량 증가했지만, 화태보험의 자산총액은 370억 위안, 순이익은 10억 위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40여개 중국 보험사 중 A주와 홍콩증시에 상장한 보험사는 ▲중국인수(中國人壽) ▲평안보험(平安保險) ▲태평보험(中國太平) ▲신화보험(新華保險) ▲인민인수(人民保險) 6개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