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하이닉스·C&C·플래닛 등 반바지 허용…삼성그룹도 주말 착용 'OK'
[뉴스핌=추연숙 기자] # 여름의 시작인 하지(夏至)를 맞은 22일. 직장인 A씨(31)는 출근 전 무더운 날씨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옷장에서 가벼운 리넨(마) 소재의 자켓, 면 티셔츠에 무릎 기장의 면 반바지를 꺼냈다. A씨가 다니고 있는 대기업은 최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반바지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자주 이어지면서, 여름철 반바지 차림 등 가벼운 복장의 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SK그룹의 전자·IT서비스 계열사, 삼성그룹의 금융권 제외 전계열사를 중심으로 여름철 반바지 허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대체로 무릎 정도 기장의 정장·면 소재 정도를 허용하고, 청바지나 운동복 반바지는 곤란하다. 옷깃이 있는 면 티셔츠와 가벼운 로퍼(끈을 묶지 않고 신는 신발)도 착용 가능한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SK그룹에서 자율복장 근무가 가장 먼저 정착된 것으로 평가된다. 상대방에 실례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스스로 판단해 입으면 된다는 사내 분위기 덕택이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 등에서는 3년 전부터 간편한 여름철 근무복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편안한 복장을 통해 업무에 효율을 올리고, 냉방 에너지도 절감한다는 목적에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공식적으로 이달 5일부터 '여름철 근무복장 간소화 운동'이 시행됐다"며 "정장·넥타이 착용은 자제하고 면 티셔츠, 반바지 등을 허용, 가벼운 소재의 신발도 신을 수 있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천·청주 등 사업장에는 이달부터 무릎이 살짝 보일 듯한 기장의 반바지, 넥타이 없이 셔츠, 면 소재의 낮은 신발 차림을 한 직원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털 등 미관상의 이유나 개인의 의복 취향에 따라 굳이 반바지를 입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 여성 직원들은 발가락이 조금 드러나는 샌들도 신는다.
SK C&C 관계자는 "회사가 구체적인 방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내 임직원들의 의견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여름철 근무복장 지침을 정한다"며 "지난 2013년, 2014년에는 실제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고, 올해도 의견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도 올해부터 그룹차원에서 반바지 착용에 동참한다. 단 주말과 공휴일 출근에 한해서다. 삼성은 오는 29일부터 약 두 달 간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SDI 등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에서 주말·공휴일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휴일 반바지 착용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수원사업장에 한해 시범 운영했다. 삼성은 이번에 이를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 적용했다. 삼성 관계자는 "냉방 전력을 아낄 뿐 아니라 편리한 복장을 통해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를 입는 '쿨비즈'도 이날부터 시행한다. 여름철에는 가벼운 면 소재의 긴 바지도 많이 착용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에서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차림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영업 등 외부 거래선 미팅이 잦은 직군에서는 넥타이, 긴 셔츠에 정장 자켓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R&D)이나 디자인 관련 직무에서는 비교적 편한 복장이 가능한 분위기지만, 마케팅 등 일반 사무직에서는 대부분 넥타이를 메지 않는 정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사무실 내 반바지 차림을 통해 유연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감온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어 업무 효율면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기업들이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더라도, 조직 내 분위기에 따라 보편화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전자 대기업에 다니는 한 남성 직원은 "여직원들은 다리가 드러나는 치마나 원피스를 많이 입는데 반해, 남자들은 긴 바지를 입는게 왠지 당연하게 느껴진다"며 "규정상으로는 허용하더라도 주변 분위기에 따라서 실제 (반바지를) 입기는 민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