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스무 살이 되니 제 일에 더 책임감이 생겼어요.”
이열음(20·본명 이현정)이 교복을 벗고 정극에서 처음으로 20대 역할을 맡았다.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을 통해서였다. 그간 KBS 2TV 단막극 ‘중학생 A양’과 tvN ‘고교 처세왕’에서 모두 중학생,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던 이열음은 스무 살이 된 올해 20대 중반의 통통 튀는 법률사무소 여직원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열음은 오디션을 통해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의 문을 두드렸다. 캐릭터에 대한 사전 정보는 딱 하나, 20대 여자였다. 그는 오디션장에 진한 메이크업과 어둡게 물들인 헤어 스타일로 들어섰다. 하지만 감독은 이열음에게 통통 튀는 매력이 좋아 섭외를 요청한 것이라는 답을 줬다. 이열음은 큰 기대감 없이 돌아갔지만 우유미 역할을 당당히 꿰찼다.
최근 드라마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열음은 “역할을 따지지 않고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주로 해왔다. 뭐든 때가 다 있으니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에서 계속 학생을 연기했죠. 성인 배우의 아역이 아니었고 단지 극에서 제 역할이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학생 이미지로 고정될 것이란 부담은 없었어요. 캐릭터만 보고 연기했으니까요. ‘중학생 A양’에서는 발칙하고 속에 상처가 많은 인물이었다면 tvN ‘고교처세왕’에서는 날라리에 철없는 여고생이었죠. 또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의 우유미는 20대 중반이지만 10대만큼 통통 튀고 귀엽고 당돌한 여자였어요. 여러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난 시간이었죠.”
전작 tvN ‘고교처세왕’에서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했던 그는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에서 밝은 에너지로 극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사실 이열음은 자신의 성격이 두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만큼 활발한 성격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연기하면서 성격이 좀 더 밝아진 건 사실이다.
“제 성격이 밝은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중학교 A양’ 속 캐릭터에 가까워요. 그래서 감독님과 제가 맡은 조은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은서의 상황에 공감이 갔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죠. 반면 ‘고교 처세왕’에서는 통통 튀면서 날라리 같은 여고생이라 부담이 많이 됐어요. 혼자 연기하면서도 낯설었죠. 그런데 워낙 극의 캐릭터들이 뚜렷해서 나중엔 저도 서서히 적응됐어요. ‘고교 처세왕’과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 연달아 두 작품에서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저도 인물과 닮아가더라고요.”
성인이 된 이열음. 스무 살이 되면서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고민 없이 “자유로워졌다”고 답했다. 외동딸인 이열음은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고교 시절 여유가 생겨 친구들과 놀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부모님의 걱정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서는 늦어도 부모님이 이해해 준다며 웃었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그는 돈 관리부터 자기관리까지 다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며 정신을 빠짝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제가 스스로 해야 할 게 많아졌어요. 세금 내는 것부터 통장 관리하는 법도 알아보려고요. 특히 스케줄 관리가 힘들어요. 고등학생 때는 어머니께서 직접 학교에 말하고 관리해주셨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교수님을 찾아가 스케줄을 조정하고 과제도 제출하죠. 아직 많이 서툴지만 이 모든 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웃음).”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이열음은 배낭여행을 꼽았다.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 말미부터 KBS 1TV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에 함께 출연했던 터라 쉴 틈이 없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이열음은 시간이 나면 전국 곳곳을 누비고 싶다.
“바다도 좋고 산도 좋아요.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만 되면 언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에요. 올해는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기차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면 더 좋겠죠. 추억도 쌓고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새로운 것을 보면서 힐링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열음은 자신에게 힘이 되는 한 마디로 ‘흐름에 맡겨라’를 꼽았다. 욕심을 내기보다 그 순간을 즐기면서 성장을 바라는 것. 스무 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생을 통달한 듯 보였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냐고 물으니 "그렇다"며 항상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살면서 이리저리 치일 수 있어요. 그리고 뭘 하나라도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길 거고요. 그러다 후회도 하겠죠. 하지만 이 모든게 제가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욕심이 나면 욕심을 내고 즐길 수 있으면 그 순간에 빠져 들어야죠. 시간이 흐르면 제가 원하는 지점에 가까워져 있을 거고요. 이런 말하면 괜히 가식적이라고 느낄까봐 망설였는데요(웃음). 저는 앞으로도 흐름에 맡기면서 힘을 낼 겁니다. ‘가족을 지켜라’도 기대해주세요.”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