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증가+레버리지 축소+중소형주 변동성 확대+테마주 수명 단축
[뉴스핌=박민선 기자]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권업계 곳곳에선 다양한 추측과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제도 변화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 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규제의 틀을 한발 더 벗어난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1998년 이후 17년만에 바뀌는 가격제한폭 확대를 앞두고 시장 기대와 우려는 공존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보는 가격제한폭 ±30% 증시판 변화를 미리 짚어봤다.
◆ '리스크 관리'나선 증권사…반대매매 증가할 듯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으로 반대매매(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일괄 처분하는 것) 증가 가능성을 꼽았다. 주식 신용대출은 대상 주식의 주가가 담보가치를 하회할 때 추가 입금 또는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하루 주가 등락폭이 60%까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기준을 타이트하게 조여 주식 담보가치를 확보할 방침이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담보유지비율이 130% 미만인 경우 2일에서 1일로 축소키로 했다.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은 반대매매 시기를 현행 3일에서 2일로, 신한금융투자는 2일에서 1일로 줄였다. 이 외에 대부분 증권사들은 담보유지비율을 NH투자증권이 140~170%, KDB대우증권이 140~160% 수준으로 종목에 따라 차등 적용키로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진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졌을 때 반대매매가 익일 이뤄졌지만 이제 전일 종가 기준이 아닌 장중 가격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며 "신용대출 거래 투자자들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 레버리지 거래 축소
초기 이같은 반대매매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거래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신용거래는 7조5200억원으로 주식담보대출을 포함한 레버리지 거래는 총 18조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레버리지 거래 위험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신용대차거래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용거래가 감소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거래가 몰려 대형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반면 레버리지 거래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나 중소형주의 수급을 악화시켜 증권사의 수익성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중소형주 변동성 확대
지난해 상하한가를 기록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은 각각 1518개, 2531개다. 코스닥이 40% 가량 많았다. 코스피 가운데에도 90%는 소형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 제한폭 확대가 중소형주의 단기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된다.
가격 제한폭이 30%로 확대될 경우 1만원짜리 주식을 하한가인 7000원에 사서 1만3000원에 팔면 85%의 수익 달성이 가능하다. 반면 상한가인 1만3000원에 사서 7000원에 팔면 46%의 손실이 나오는 등 비대칭성이 이전보다 확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 제한폭 확대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대 수익률이 커진 측면도 있지만 순식간에 반토막날 수도 있다"며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의 수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 뒤 중소형주 위주로 상한가 기록 종목들이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것은 개인 입장에서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인 만큼 변동성이 큰 종목에 대한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품절주' 주의보
특히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품절주들의 경우 주가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일 주가 가격 제한폭이 ±30%로 확대되면 품절주가 오르기 쉬운 만큼 하락 반전도 쉬워 이른바 작전 세력의 공략 대상이 되기 쉬워진다.
대표적인 품절주로 꼽히는 양지사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으로 지난 10일에는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를 받기도 했으며 신라섬유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가희와 세기상사도 각각 4거래일, 2거래일째 상승세를 연출하는 등 가격제한폭 확대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등 해당 기업 주가의 펀더멘탈과 적정 가치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품절주에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테마주, 수명도 범위도 짧아지나
시장에서 이른바 '테마주'로 불리는 그룹이 이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진단도 흥미롭다. 일례로 기존의 경우 제약주 중 A종목에 호재가 발생해 장중 상한가까지 오르게 되면 유사한 특징을 가진 B종목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업종이 동반 랠리를 연출하는 등 테마주가 빠르게 번져갔다. 하지만 상승폭이 두배로 커지게 되면 자체 재료를 A종목이 대부분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한 기존에 한가지 호재를 반영하는 기간이 4,5일간 지속돼 왔지만 상승폭 확대로 인해 그 기간이 단축됨으로써 테마주 전반의 수명이 짧아지고 확산도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 돌발악재가 발생한다면?!
한편 한 펀드 매니저는 중소형주의 경우 예측하기 힘든 돌발악재 발생시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손실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백수오 파장을 겪은 내츄럴엔도텍 등의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기존에는 15% 하한가까지 떨어지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세로 받쳐주는 역할을 해 완충벽 작용을 했는데 하한폭이 두배로 확대될 경우 감내해야 하는 손실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중소형주를 주력으로 하는 펀드 매니저들의 경우 순식간에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전언도 있었다. 한 펀드 매니저는 "물량을 하나도 덜어내지 못하고 30% 하한가를 맞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냐"며 "장중에는 여간해선 모니터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