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소국 목소리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 경우 중국의 지분율은 25%~30%로 주요 의제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양해각서 체결식 <출처=블룸버그통신> |
8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AIIB 수석협상대표 회의에서 합의된 정관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이 25~30%의 지분율을 가져간다는 점은 사실상 거부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AIIB는 기구 구성과 자본금 증액 등 주요 의제에 대해서는 최소 75%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당초 최대 50%의 지분확보를 노렸던 것과 달리 비중이 30%로 축소됐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 출자금 기준으로 전체 회원국 가운데 5위를 기록, 지분율이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AIIB 초기 자본금 1000억달러 가운데 최소 75%에 해당하는 750억달러는 아시아 지역이, 나머지 250억달러는 그 외 지역이 부담한다.
이로써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아시아 중소국들이 AIIB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자본 출자금에 비례해 지분율을 산정할 경우, 전체 지분율의 75%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국의 목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분담금 상위 10개국으로는 중국(297억8000만달러) 인도(83억6000만달러) 러시아(65억3000만달러) 한국(37억4000만달러) 호주(37억달러) 인도네시아(34억달러) 터키(26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25억달러) 이란(16억달러) 태국(15억달러) 순이다.
기타 지역에서는 독일(45억달러) 프랑스(34억달러) 브라질(32억달러) 영국(31억달러) 이탈리아(26억달러) 스페인(18억달러) 네덜란드(10억달러) 폴란드(8억달러) 스위스(7억달러) 이집트(7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각국의 자본금 기여도와 경제 규모를 고려해 정해지는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변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실상 거부권을 확보하게 됐지만, AIIB가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 등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WB와 ADB 등 국제기구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관료적인 모습"이라며 규모가 작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AIIB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청쿵 경영대학원의 레슬리 영 경제학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AIIB를 통해 미국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잃을 게 없다"며 "중국은 AIIB로 소프트파워를 확대하고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IB는 본부를 베이징에 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게 된다. 이사회는 급여를 받지 않는 비상근 근로자로 구성된다. 주요 프로젝트 입찰권은 회원국이 아닌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개방한다.
입찰권을 회원국에 제한하고 있는 ADB는 물론 매년 7000만달러에 이르는 보수를 지급하는 WB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수석협상단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정관에 동의한 가운데, 창립 협정문 협정식은 이달 말 베이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회원국 10개국이 비준해 의결권의 50%만 넘기면 효력을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본격적인 시기는 올해 말이 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