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선을 다양화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와 정제마진 악화로 힘겨운 정유사들에게 원유 도입선 다변화가 위기극복의 묘수가 될지 주목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콜롬비아 국영 석유회사 에코페트롤로부터 원유 100만 배럴을 도입키로 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콜롬비아산 원유를 도입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에코페트롤로부터 100만 배럴을 도입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로부터 올 하반기 원유 500만 배럴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는 등 중동 이외 지역으로 도입선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정제량이 39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도입량이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도입과 관련한 부분은 영업비밀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며 "(불황 극복을 위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다. 원유 도입선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정유업계에서 이미 일반적인 일이 됐다. 쉽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 원유 수급의 안정성과 원가 절감을 통한 경제성 확보 차원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인해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그리고 S-Oil가 지난해 4분기 각각 4556억원, 1930억원, 24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만 136억원 이익을 내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후 올해 들어 정제 마진이 다소 개선되고 유가 하락세가 어느정도 진정됨에 따라 국내 정유 4사 모두 흑자를 내며 실적이 다소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여전하고 정제마진 개선세도 뚜렷하지 않아 향후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에 국내 1위 정유업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세계 각지에서 50~60여 종의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알래스카산에 이어 지난달 북해산 원유를 수입하는 등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알래스카, 남미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산 컨덴세이트와 알래스카산 원유를 들여온 바 있는 GS칼텍스는 지난 3월, 24년 만에 멕시코산 원유도 수입했다.
S-Oil은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대주주 아람코와의 장기 계약으로 해결했다.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됨으로써 다변화 필요성이 없어진 것.
S-Oil 관계자는 "수급 안정이 우선"이라며 "아람코와의 계약으로 안정적인 원유 공급선을 확보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계약이 아닌 스팟성 물량은 원유 도입 다변화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때그때 시장성이나 경제성을 따져 싸고, 문제 없는 물건이 있으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처럼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얼마나 경제적이냐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경제성 있다면 다양한 루트를 통한 원유 도입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