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손님’(제작 ㈜유비유필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휴먼 장르를 연상시키는 의외의 제목의 숨은 의미와 모티브를 차용했다고 밝힌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이 영화적으로 어떻게 변형됐는지를 공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외부에서 온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손님은 그러나 그 어원을 알고 보면 날자(日數)를 따라 동서남북으로 이동하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 ‘손’에 님자를 붙여 생긴 말이다.
이사나 결혼 등 큰일을 치를 때 ‘손’을 피해 손 없는 날을 골라 행하는 전통이 남아있을 정도로 민간신앙에서 ‘손’은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영화에서 외부로부터 고립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로 초대 없이 들어선 손님인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이 마을 사람들에게 불길한 존재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특히 외부로부터 온 사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먹을 것이 없는 때에 먹을 입이 하나 느는 것 자체가 공포일 수 있었던 1950년대의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공포감을 더한다. ‘손님’이라는 제목이 우리가 알던 뜻과는 다른 음산한 두려움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
반면 익숙한 단어를 뒤집어보는 것에서 출발한 제목과 달리 주제와 소재는 독일의 민간 전설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따와 눈길을 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중세 시대 음식물을 축내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쥐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의 이야기다.
하멜른의 시장에게 초췌한 한 남자가 나타나 쥐를 모두 없애줄 테니 금화 천 냥을 달라고 제안한다. 거래는 성립되고 남자는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몰아내지만, 시장은 약속한 돈을 다 주지 않는다. 이에 남자는 다시 피리를 불고 아이들이 사라진다. 약속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대표적 우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는 이후 그림동화와 브라우닝의 시를 통해 후세에 널리 알려졌다.
‘손님’에 등장하는 우룡 또한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쥐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을로 들어선 피리 부는 악사다. 1950년대 한국전쟁 휴전 직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달라진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이처럼 서양 전설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티브와 가장 한국적인 민간신앙인 ‘손’에 대한 두려움을 합쳐 신종 장르 판타지 호러로 탄생시켰다.
과연 마을 사람들의 ‘손’에 대한 두려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마을사람들이 감추고자 했던 비밀은 무엇인지, ‘피리 부는 사나이’ 우룡은 어떤 선택을 할지 더욱 궁금증을 높이는 ‘손님’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